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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이자 낮춰온 시중은행…기준금리 내리자 전광석화 줄인하


입력 2020.06.03 14:01 수정 2020.06.03 14:02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한은 기준금리 0.5%인하에 시중은행 '0%대 예금금리' 본격화

정기예금 잔액 한달만에 5조4724억원 감소 "고객이탈 불가피"

여의도 한 은행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내리자 시중은행들이 서둘러 예금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예금금리를 낮춰온 상황에서 또 한번 발 빠르게 추가 인하에 나선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대표 예금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를 연 0.9%에서 연 0.6%로 0.3%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은 5일부터 주요 예·적금 상품 약 50여개의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들도 예금금리 인하행렬에 동참할 전망이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미 내부 검토를 마치고 금리 인하 발표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의 이번 금리인하 움직임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5월 28일) 일주만에 '전광석화처럼' 시작됐다. 통상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들은 금융당국이나 여론의 동향을 살피며 시차를 두고 수신금리 조정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눈치싸움도 없었다. 수신금리 인하는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이미 은행권에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먼저 금리를 인하한 것이 은행권에서 총대를 멨다는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어차피 모든 은행이 인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다른 은행들도 차례로 인하 결정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순이자마진(NIM)의 추락을 막는 게 당면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NIM은 1.46%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와 저금리 정책으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차가 점차 축소된 영향이 컸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NIM은 1.56%로 지난해 1분기(1.71%) 보다 크게 악화됐다. 은행들은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NIM을 방어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한시라도 빠르게 낮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를 통해 예대마진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또 넘어야할 난관과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당장 이자수익과 비용절감만을 계산해 예금금리를 낮추면 예금 이탈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 예금통장의 자금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의 5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682조2184억원으로 한달 사이 5조4724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3월말과 비교해도 8조2002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예·적금 잔액은 지난해 7월말(678조3083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0%대 예금금리, 초저금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고객들이 예금통장을 찾지 않고 있고, 기존 정기예금도 만기 이후 재가입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요즘 같은 때에 예·적금 상품으로 고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 은행 금리는 매력을 완전히 잃었다"면서 "이벤트나 특화 서비스로 고객들의 관심을 모으는 쪽으로 추세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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