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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댓글폐지 그 후①] 두 연예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댓글문화’


입력 2020.06.11 16:50 수정 2020.06.12 08:5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댓글 폐지

성인 10명 중 8명 이상 댓글 폐지 찬성

ⓒ픽사베이 ⓒ픽사베이

“멋진 파도처럼 살다가 방파제가 되어준 아이”


그룹 소녀시대 멤버 겸 배우 최수영은 SNS에 고(故) 설리에 대한 기사와 함께 이 같이 말했다. 수영은 ‘포털사이트 다음이 지난해 10월 설리의 사망을 계기로 악성 댓글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아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 폐지를 결정했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악성 댓글의 폐해가 극심해지자 수년 전부터 꾸준히 댓글 폐지론이 제기됐고, 지난해 갖은 욕설과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설리와 구하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 이후 댓글 폐지 요구는 더 거세졌다. 여론은 두 여성 연예인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시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원한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을 폐지해달라’는 청원도 이어졌다.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댓글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는 대중의 의견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시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 폐지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성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연예뉴스의 댓글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응답자 중 49.3%는 포털 연예뉴스 댓글 폐지가 매우 필요하다, 35.7%는 약간 필요하다고 응답해 85.0%가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90.0%로 남성 80.2%보다 폐지 지지 비율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50대가 88.9%, 40대 84.7%, 20대 82.3%로 연령이 높을수록 댓글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대한가수협회 등 대중음악 관련 기관들이 나서서 국민청원, 입장문 등을 내면서 포털사이트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한가수협회는 “익명성 뒤에 숨어 가수들을 향해 혐오와 저주의 막말을 퍼붓는 광기어린 대중, 트래픽에 목숨을 걸고 사회적 타살을 방조하는 포털사이트의 부도덕한 경영, 정의로운 펜 대신 악플을 유도하는 기사로 스스로 황색 언론임을 자인하는 일부 신문과 방송사, 비극적 사태가 거듭되고 있음에도 몇 줄 대책으로 국민의 입과 귀를 막는 문화정책 입안자들로 인해 가수들은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만 하는 절박한 지경으로 내몰렸다”고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그 결과 카카오가 먼저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10월에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와 연예 댓글 폐지 등 조치를 발표했고, 곧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 등이 지난해 사라졌다. ‘실시간 이슈검색어’ 서비스는 지난 2월 20일 자로 완전히 종료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부터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클린봇’으로 댓글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욕설 줄이기에 나서는 등 ‘폐지’보단 ‘보완’에 더 치중했으나, 결국 카카오와 같이 지난 3월 5일자로 댓글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


그로부터 세 달여가 흐른 지금, 댓글 없는 ‘클린’한 온라인 환경이 조성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댓글폐지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지만, 여전히 댓글기능의 존재유무에 대해 논하고 사라진 댓글기능을 대신하는 또 다른 창구가 생겨나는 등 잔재는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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