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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제도의 뉴노멀, 무엇이 '정상가족'인가?


입력 2020.06.23 08:30 수정 2020.06.22 05:19        데스크 (desk@dailian.co.kr)

혼인관계에 의한 가족이라는 전통적 정의에 갖혀있는 것 아닌지

법과 제도는 시대 변화와 결을 같이 해야…’정상가족’에 대한 논의 필요할 때

ⓒ데일리안 DB

이것은 부모에게 당연했던 질문이다. “내 자녀는 언제 결혼할까? 아이는 몇을 낳을까?” 그러나 당연했던 질문이 이렇게 바뀐 지 오래다. “내 자녀는 결혼을 할까? 결혼하더라도 아이는 낳을까?”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는 시대는 이미 온 지 오래다. 자녀가 하나이거나 없는 경우도 이미 흔한 일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일은 당연하게도 저출산이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저출산을 국가 최대 현안으로 인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다.


그간 정부는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제약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①결혼을 장려하고, ②출산을 유도하며, ③양육을 보조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또한 미흡하기는 하지만 ④여성의 독박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⑤여성의 경력 단절을 완화시키는 제도로 도입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방향에서 정책을 세분화하고 예산을 더 투입해나갈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대체로 결혼 적령기에 있는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로 다음 네 가지를 꼽는다. 시월드, 독박육아, 경력단절, 남성과의 임금차별이다. 여성 입장에선, 이 같은 사회적 문화적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결혼 및 출산 기피는 불가피한 선택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여성에게 불리한 제약 조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진척이 보이면 저출산은 해결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여성 관점에서 독박육아, 경력단절, 남성과의 임금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 <제도적 문제>를 이미 푼 상태이다. 바로 <<가족제도>>이다.


우리나라는 가족의 구성 원리로 ‘혼인’으로 이뤄진 가족만 인정된다. 혼인으로 이뤄진 부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이 <정상가족>으로서 국가의 한 단위로 제대로 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한다. 그 이외의 가족은 <비정상가족>이다. 동거 가족, 미혼모/부 자녀 가족, 이혼모/부 자녀 가족, 1인 가족 모두 비정상가족으로 취급받는다.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 간에는 사회문화적 차별뿐만 아니라 제도적 차별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가족 형태의 차별이 없다. 프랑스에선 시민연대협약(PACS, 팍스)으로 맺어진 동거 커플과 결혼 부부간의 차별이 없다. 스웨덴 아이들의 경우, 거의 절반은 결혼제도 밖에서 태어난다. 이 나라 커플의 3분의 2는 아이가 태어난 뒤에 결혼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결혼제도와 무관하게 생물학적 부모와 살고 있다. 스웨던 출산율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 가량 높다. 물론 스웨덴은 위에서 얘기한 여성의 독박육아, 경력단절, 임금차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고,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나는 여기서 이른바 ‘비혼’이라 불리는 동거 커플을 인정하여 유럽처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얘기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기존의 가족 구성의 원리가 혹시 차별을 조장하고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남녀가 동거를 하든, 그 사이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든, 불가피하게 헤어져 엄마 혹은 아빠 혼자 아이를 기르든 그것이 <비정상가족>이 되어야 하는지, 그래서 기존 가족법에서 인정하는 이른바 정상가족과의 차별을 당연시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법률과 제도를 고쳐 인위적으로 사회문화적 현상을 고쳐보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무릇 법률과 제도는 사회문화적 현상의 반영물이다. 이미 우리나라 결혼적령기의 절반가량의 국민이 결혼할 뜻이 없거나 소극적이다. 그리고 절반 이상이 비혼, 즉 동거 커플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간의 경계는 결혼을 해야 할 당사자들 사이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담아 법률과 제도를 고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있다. 이제는 가족제도를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와 선택이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에 어긋나는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지금의 가족제도를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공동체가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글/ 김용태 전 국회의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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