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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살아있다', K-좀비물의 또다른 과제를 던지다


입력 2020.07.02 00:00 수정 2020.07.01 19:48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코로나19에도 100만 돌파 하며 순항

높아진 관객 눈높이 '호불호 평가'

'#살아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살아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기대했는데 글쎄다" vs "공감하면서 재밌게 봤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영화는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면 칭찬할 만한 성적이다. 그런데도 반응은 한쪽 반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영화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으로 극장을 찾지 못한 관객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또 '부산행, '킹덤' 등으로 세계에서 사랑받는 콘텐츠가 된 'K-좀비'물에 대한 관심도 영화 흥행 흐름에 한 몫했다


코로나19라는 악조건과 'K-좀비물'이라는 기대 속에서 극장에 걸린 '#살아있다'는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나타냈다. 독특하게도 'K-좀비'의 변주가 이 두 평가를 모두 안았다.


우선 좀비물에 대한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부산행'의 속편 '반도'의 예고편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선보인 '#살아있다'는 제목으로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를 뒀다. SNS에 친숙한 '#(해시태그)'를 붙여 젊은 관객 층의 호기심을 산 것이다. 주인공 준우(유아인 분)가 유튜브, 드론, SNS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모습 역시 10~20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현대인에게 친숙한 아파트에서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고립된 인물 설정 역시 신선했다. 다수의 좀비 소설을 쓰며 ‘좀비 전문가’로 알려진 정명섭 작가는 1일 "영화 속 배경이 된 아파트는 단절된 현대인을 표현한다"며 "이런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속 준우의 상황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점도 공감 포인트였다. 준우가 좀비떼를 피해 집에 갇혀 있는 상황은 '집콕' 중인 관객들에게도 살아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진다. 좀비들의 연기나 캐릭터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좋다.


'#살아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살아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새로운 시도를 꾀했지만, 아쉬운 점도 명확하다. 아파트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해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낼 듯했지만 스토리가 예상보다 단순했다. 유아인-박신혜가 좀비떼들을 물리치며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나온 장면을 비롯해 디테일이 부족한 몇몇 장면은 관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관객들이 '#살아있다'를 두고 극과 극 반응을 보이는 이 상황은, 익숙해져 버린 'K-좀비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짚는다. K-좀비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산행'은 기차에서 벌어지는 좀비떼와의 사투를 통해 인간의 탐욕을 건드리며 좀비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알렸다. '창궐'은 조선시대 야귀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했지만 현빈, 장동건 두 톱스타도 영화를 살리지 못해, 새삼 '이야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 '킹덤'은 좀비의 원인을 인간의 권력에서 찾으며 'K-좀비물'의 진화를 보여줬다.


이들 작품의 바통을 이어받은 '#살아있다'는 좀비물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동시에 뛰어넘어야 할 산도 있음을 시사한다. 좀비로서는 진화했지만, 영화는 좀비를 좀비가 아닌 '사람이 아닌 그 무엇'으로 대한다. 분명 움직임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신의 과거를 인지하는 모습 등은 'K-좀비'의 변주된 형태다. 그러나 이를 관객들이 기존의 좀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진화된 변주인지, 뜬금없는 방향의 변주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이들의 존재가 발생하는 과정이 설명되지 않은 것도, 전체 스토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요소다.


정 작가는 "좀비물은 매력과 한계점이 명확하다"며 "'부산행', '창궐', '킹덤'을 거쳐 관객들이 좀비물을 평가하는 일정한 기준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어 "특히 좀비의 발병원인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 부분에서 장단점이 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극을 풀어낼 수 있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개연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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