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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안 낸 윤석열, 걷어찬 추미애…당청 '강경파' 입김 작용했나


입력 2020.07.09 00:20 수정 2020.07.09 06:06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윤석열 '독립 수사본부 구성' 건의

수사지휘 내용 거의 수용했다는 평가

법무부·대검 조율했지만, 추미애 거부

진중권 등 일각선 '청와대 배후' 의심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와 관련해 8일 윤석열 검철총장의 건의안을 거부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와 관련해 8일 윤석열 검철총장의 건의안을 거부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무부가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8일 오후 대검찰청의 건의사항 발표가 나온 지 1시간 40분만의 조치였다. 지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추 장관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여권을 중심으로 윤 총장을 향한 압박은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9일 오전 10시까지 수사지휘에 대한 결과를 ‘최후통첩’한 가운데, 대검은 이날 오후 윤 총장의 관련 입장을 전했다. 채널에이 사건과 관련해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건의안이었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최종 수사결과만 보고하는 방식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해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상당부분 수용한 '절충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초동 사정에 밝은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과 검언유착 수사 독립성 보장이 수사지휘의 핵심 내용이 아니었느냐"며 "장관의 수사지휘와 함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수사의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검찰 내부의 의견까지 고려한 중재안"이라고 평가했다. "거부할 명분이 없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실제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에 대해 대검과 법무부 사이 물밑 교섭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는 자신의 지휘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박범계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합류를 전제조건으로 특임검사를 통해 봉합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뭇매를 맞았고, 이날 "제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며 수위를 낮췄다. 반면 박주민 최고위원은 윤 총장이 지휘를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고, 나아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쳤었다.


문재인 대통령 혹은 청와대가 배후라는 추정도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이 대통령의 (협력) 지시를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무리한 돌출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며 "실은 겉과는 다른 대통령의 속뜻이거나 아니면 청와대가 대통령 뜻과 무관하게 돌아가거나"라고 했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한국 사법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은 추 장관과 정부여당의 다음 조치다. 윤 총장이 지휘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 장관이 감찰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직무정지 카드를 꺼낼 수 있다.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도 있고, 윤 총장의 검찰청법 위반을 근거로 국회에서 탄핵을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YTN방송에서 "추 장관은 한 쪽이 승복을 해야 끝나는 치킨게임적 시각에서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있고, 윤 총장을 권력에 항거한 '순교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 차원에서 당장 실력행사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관계자 다수의 관측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윤 총장을 향한 비난 강도를 더욱 높이는 동시에, 공수처 출범을 위한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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