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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행장' 덕 봤나…기업은행 중기부 이관론 '수면 아래로'


입력 2020.07.15 14:17 수정 2020.07.15 17:12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정치권發 이관설에 들썩…노조 "정권의 돈줄로 전락할 것" 우려

김경만 의원 "추진한바 없다" 이례적 해명…윤종원 존재감 부각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모습(자료사진) ⓒ기업은행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모습(자료사진) ⓒ기업은행

기업은행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산하 이관' 이슈에 들썩거리고 있다. 정치권발 소문에 기업은행 노조가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관련 법안 발의자로 지목된 의원이 "그런적 없다"며 해명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그만큼 금융기관의 운명이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된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관할 부처를 금융위원회에서 중기부로 이관하자는 정치권 물밑 움직임이 일었다. 기업은행의 이관은 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176석의 거대여당 힘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랐다. 기업은행을 중기부로 이관해 중소기업 지원의 효율을 높이자는 목소리는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맞물려 힘을 받았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금융전문 감독기관을 떠나게 될 경우 '기업은행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며 "기업은행이 정권의 돈 풀기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기부 이관 장점을 얘기하기 전에 정권에 따라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을 시스템을 논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기업은행 이전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내고 "기업은행 소관 변경은 깊이 있는 연구와 이해 당사자 간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의원실 차원에서 발의 자체를 추진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출신인 김 의원은 기업은행 소관 부처를 중기부로 옮겨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인물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금융위는 공식적으로는 "정식으로 논의된 사안이 아니다"고 했지만, 기업은행의 소관부처 이관은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도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 업무를 가진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엄연한 금융사인 만큼 중기부 이관은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3.2%를 보유한 국책은행이자 외국인 20%를 포함해 나머지 지분은 일반 주주들이 가진 상장기업이다. 예금과 대출 등 일반금융 업무를 하는 시중은행 성격도 갖고 있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을 중기부로 이전하면 향후 수익성과 건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기업은행의 중기부 이전은 중소기업계의 '숙원사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부상했다 가라앉길 반복했다. 초대 홍종학 장관은 "기업은행 중기부 이전은 언젠가 필요한 일"이라며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으나 부작용이 크다는 금융권의 우려와 노조의 반발 등에 막혀 흐지부지됐다. 후임으로 4선 국회의원 출신인 박영선 장관이 중기부를 맡으면서 재부상 조짐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적 힘 싸움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압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종원 행장 재임기간에 기업은행이 중기부로 이관될 경우, 정치권의 입김을 막지 못한 무능한 행장이라는 멍에를 쓸 수 있다. 민주당쪽에서 이관론을 띄웠다가 스스로 접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윤 행장은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부터 '경제 서열 1위'로 통할 정도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19 금융지원 과정에선 기업은행에 쏠린 과도한 업무를 정부와 협의를 통해 줄이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이관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데에는 윤 행장의 존재감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장이 내부 출신일 때에는 정치권 외풍을 막지 못하는 어려움이 컸는데, 실세 행장님 덕을 좀 본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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