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빌린 뒤, 갚지도 않고 이자도 안 내
4억원 예금, 5천만원 현금 신고했는데 대체 왜?
통합당 "불법정치자금 여지…청문회서 따질 것"
박지원 측, 변제기일 구두로 4년 연장했다 해명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통신장비 제조업체 사주로부터 빌린 5000만 원을 5년째 갚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자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통합당은 이 돈이 불법정치자금일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인사청문회에서 엄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앞서 지난 8일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과정에서 신고한 사인간 채무 5000만 원을 차용증 상의 변제기일이 넘어서도 갚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약정한 이자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보위원회에 박지원 후보자가 제출한 차용증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015년 8월 28일 통신장비 제조업체 사주 A씨로부터 5000만 원을 빌렸다. 박 후보자는 차용증에서 연리로 환산하면 5.56%에 해당하는 이자를 매달 지급한 뒤, 1년 뒤인 2016년 8월 27일에 원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채무는 차용증에 기재된 변제기일에서 4년 가까이 지난 이날 현재까지 상환되지 않은 상황이다. 매달 지급해야할 이자도 지급되지 않아 이자만 1300만 원이 넘게 쌓였다.
박지원 후보자에게 5000만 원을 빌려준 A씨는 김대중정부 시절에 급성장을 이룬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사주다. A씨는 박 후보자가 대북송금 특검으로 수감됐다가 사면으로 출소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돼 원내에 복귀한 지난 2008년부터 박 후보자를 꾸준히 후원해왔다.
A씨는 2008년부터 지난 2018년까지 박 후보자에게 11차례에 걸쳐 5500만 원을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냈다. 5000만 원을 빌려주기 네 달 전인 2015년 4월에도 500만 원을 후원했다.
통합당은 박지원 후보자를 정기적으로 고액 후원해온 인사가 5000만 원을 빌려준 뒤 5년 가까이 원금도 상환받지 않고 매달 받아야할 이자도 지급받지 않은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로 보고 있다. 정치자금의 성격이 있는데 불법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차용증은 형식적으로 작성한 게 아니냐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박지원 후보자가 3억9068만 원의 예금과 5000만 원의 현금, 1000만 원짜리 호텔 헬스클럽 회원권 등을 재산신고했는데 사인간 채무 5000만 원을 이자 한 푼 주지 않고 갚지 않고 있는 것은 의아하다"며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청문회 때 철저하게 따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지원 후보자 측은 차용증의 문언과는 달리 박 후보자와 A씨 사이에서 변제기일을 올해 8월 27일까지로 4년 연장하기로 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차용증을 굳이 새로 쓰지 않고 두 사람이 구두로 변제기일을 4년 연장했다는 설명이다. 박 후보자 측은 "만기일(내달 27일)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씨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자와의 관계를 "55년 전 미국 뉴욕에서 (박 후보자가) 가발 장사를 할 때부터 친구"라며 "50년 지기 친구가 '급하다'고 해서 돈을 꿔준 것"이라고 이같은 해명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