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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D-1년] 불리해진 노장들, ‘관록’으로 극복할까


입력 2020.07.22 11:41 수정 2020.07.22 11:4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개최 연기’ 1년은커녕 하루하루가 다른 느낌인 노장들로서는 매우 불리

순발력과 근력, 지구력 등 운동선수에게 절대적인 신체능력 저하 우려

환경 탓 없이 쌓인 노하우와 소중한 올림픽 경험 바탕으로 미래에만 집중

레슬링 김현우. ⓒ 뉴시스 레슬링 김현우. ⓒ 뉴시스

지난 3월 일본 아베신조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전화 회담을 통해 2020 도쿄올림픽 1년 연기(2021년 7월23일)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한 선수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연기 소식을 접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서고은은 “처음 들었을 때는 속상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다고 생각하니 마음가짐이 또 달라졌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남자 골프대표팀 최경주 감독은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골프 대회가 9주 동안 열리지 못해 선수들의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졌다.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경기력 회복과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올림픽 연기 결정을 받아들였다.


모두의 안전을 고려한 당연한 결정이지만 도쿄올림픽을 생애 마지막 올림픽, 또는 은퇴 무대로 여긴 노장들 입장에서는 1년 연기가 뼈아프다. 1년은커녕 하루하루가 다른 느낌인 노장들로서는 매우 불리해졌다. 순발력은 물론 근력과 지구력 등 신체능력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도쿄올림픽을 포기하는 30~40대 노장들이 등장했다. 영국 조정 국가대표 톰 랜슬리(35)는 은퇴를 선언하면서 “도쿄올림픽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2021년은 내게는 너무 멀리 있다. 1년을 더 준비하는 것은 무리라며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젊은 선수와 노장에게 연기된 1년이라는 시간은 같지 않다. 나이로만 따지면 최고령으로 꼽히는 ‘1979년생’ 진종오(41·서울시청)도 마찬가지다.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전무후무한 50m 권총 3연패 위업을 달성한 진종오는 올림픽에서만 6개의 메달(금4·은2)을 수확했다. 양궁 김수녕과 함께 한국 선수 중 올림픽 메달 최다기록을 보유한 진종오에게도 1년 연기는 적잖은 부담이다. 시력은 0.8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이가 40을 넘어선 데다 노안이라 피로가 빨리 쌓이는 고충을 안고 있는 진종오로서는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나마 사격은 체력보다는 집중력과 정신력이 더 중요한 종목이라 상대적으로 여파는 덜하다. 운동생리학 연구 결과 등을 종합하면, 기술 활용도와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격이나 양궁 등은 30대 중반까지도 전성기 기량을 유지할 수 있지만 레슬링·유도·태권도·복싱 등 근력과 체력이 절대적인 투기 종목은 20대 중후반이 전성기고, 30대를 넘어서면 은퇴 수순을 밟는다.


투기 종목 선수로서 나이로는 전성기가 지난 데다 올림픽 연기라는 이중고를 마주한 레슬링 김현우(32·삼성생명)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 속에도 그레코로만형 남자 66㎏급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현우는 리우올림픽 동메달 이후에도 지난해까지 그레코로만형 77kg급 세계랭킹 1위에도 등극했다. 투기 종목의 노장으로서 남은 1년 동안 현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큰 과제다.


올림픽 금메달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이룬 한국 태권도 ‘에이스’ 이대훈(28·대전광역시체육회)도 그랜드슬램을 앞두고 절정의 기량을 1년이나 더 지켜야 한다. 배구의 김연경과 비슷한 사례다. 전성기에 있는 나이지만 올해 올림픽을 치렀다면 금메달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체조 양학선. ⓒ 뉴시스 체조 양학선. ⓒ 뉴시스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한 양학선(28·수원시청)에게도 1년의 기다림은 반갑지 않다.


지난해 3월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에서 6년 만에 국제대회 금메달을, 카타르 도하 FIG 월드컵 종목별 대회서 우승한 양학선은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8년 전 한국 체조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양학선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폭발적인 도약 스피드와 근력, 화려한 공중회전에 이은 완벽한 착지를 수행해야 하는 도마 종목의 양학선에게도 현 상황은 새로운 도전이 됐다. 양학선이 9년째 선보여온 기술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약 스피드와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실전경기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은 답답하다.


힘, 스피드, 유연성 등 신체 능력으로는 젊은 선수들에 뒤질 수밖에 없는데 오랜 기간 경기를 치르지 못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은 금메달을 노리는 노장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그러나 우리 노장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법도 하지만 불평하거나 원망할 시간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가올 미래에 집중한다. 생리적 노화는 불가피하지만 노장들은 그들의 몸과 한계를 알고 충분한 시간을 활용해 몸을 관리한다.


중요한 자산이 된 소중한 올림픽 경험과 쌓아온 관록은 떨어지는 체력과 근력을 상쇄할 저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노장들은 투혼을 불사르며 세계에 위력을 뽐냈다. 124년의 근대올림픽 역사상 초유의 연기라는 악재에도 관록이 붙은 베테랑들의 1년 후 도전은 기대해도 좋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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