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역대급 긴 장마에 비상 걸린 유통가…전국 유명 산지 돌며 물량 확보전


입력 2020.08.11 16:10 수정 2020.08.11 16:10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계속된 집중호우에 주요 품목 한 달 새 4배까지 급등

신선식품은 대형마트의 차별화 전략 품목, 고품질 물량 확보 사활

코로나19로 매출 부진 시달리는 식자재‧급식업계도 난감

원물 보다 가공품 수요 높은 식품업계는 ‘예의주시’

한 소비자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신선코너 앞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다.ⓒ데일리안 한 소비자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신선코너 앞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다.ⓒ데일리안

올 여름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형마트와 식품업계, 식자재업체 등 유통가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산지마다 폭우로 생산량이 급감한 데다 일정 수준의 품질도 확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특히 농산물 소비가 급증하는 추석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물량 확보를 위한 업체 간 눈치싸움은 물론 경쟁도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10일 기준 쥬키니 호박(10㎏) 도매가격은 5만4900원으로 한 달 전(1만2680원)과 비교해 4배 넘게 올랐다. 깻잎(2㎏)은 111.3%. 상추(4㎏/청)는 91.9%, 시금치(4㎏)는 86.4%로 한 달 새 가격이 급등했다.


경기, 강원, 충청 등 주요 산지마다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주로 보관기간이 짧은 엽채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만 마늘과 양파 같은 저장 품목의 경우 대부분 수매가 완료돼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폭이 적은 편이다.


거래 물량이 많은 대형마트의 경우 비축물량을 풀고 산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통해 가격 상승을 자체적으로 방어했지만 장마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이번 주부터는 인상분을 소매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날 찾아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는 배추를 비롯해 상추 등 쌈채료 가격이 전주 대비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채소, 과일 매대의 경우 품귀현상은 없었지만 가격 인상 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평소 대비 물량을 30~40%가량 줄이면서 매대 일부에 빈 공간이 보이기도 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있어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 상품으로 여겨진다”며 “신선식품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품질이 보장되는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양파, 쌈채류 매대가 일부 비어 있는 모습.ⓒ데일리안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양파, 쌈채류 매대가 일부 비어 있는 모습.ⓒ데일리안

대형마트의 경우 채소, 과일 품목별로 담당 MD가 정해져 있다 보니 식품업계나 외식업계에 비해 주요 산지 상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장마가 시작된 6월 말부터 담당 MD가 전국 주요 산지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우가 계속된 최근에는 물량 확보는 물론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고품질 농산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보통 이맘때쯤이면 추석을 대비해 물량 확보에 나서는 시기로 평소에도 바쁜 때”라면서 “올해는 장마가 길어지면서 물량 확보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 추석 선물세트 구성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원물을 그대로 판매하는 선물세트 보다는 가공식품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식자재업체와 급식업체도 난감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은 상황에서 식재료 가격까지 상승할 경우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로나19로 농산물 수입도 제한된 상황이라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식자재업체 관계자는 “장마로 인해 품목에 따라 정상출하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손상도에 따라 품질 차이가 많이 나면서 정상 품질 식자재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추 같은 경우도 수분이 많이 포함된 상태라 장마 이후 폭염이 올 경우, 배추 내 수분으로 인해 속에서 썩거나 뿌리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상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농산물을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업계도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원물 그대로 판매하는 대형마트나 식자재업체에 비해서는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수요가 큰 농산물의 경우 전해 수확기에 물량을 수매해 보관하고 있다가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도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