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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③] 쟈코비 "작곡부터 성우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


입력 2020.08.23 11:30 수정 2020.08.23 07:4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쟈코비ⓒ 쟈코비ⓒ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2009년 '프롬 갤럭시'(Form Galaxy)로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쟈코비는 현재 프로듀서, 포토그래퍼, 작가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한요섭이 아닌 쟈코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을 알린 건 2007년, 그의 스무 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힙합밴드 랩으로 음악적인 입지를 다져가던 그는, 군대 군악대에서 배치되면서 프로듀서의 감각을 깨웠다.


군악대에서 보고 배운 것들은 음악인으로서 조금 더 진취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제대 후 군 활동 중에 만들었던 음악을 발표했고, C9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제안을 받아, 아티스트 겸 소속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윤하, 주니엘, 치타, 배진영 등의 곡을 작업했다. 현재는 지금까지 해온 음악을 바탕으로 광고음악 시장에 눈을 돌렸다. 그의 광고 음악은 대표작은 삼성 갤럭시 워치 오피셜 인트로덕션(Samsung Galaxy Watch Offcial Introduction), 삼성 갤럭시 원 유아이 디벨로퍼 컨퍼런스(Samsung Galaxy One UI_Developer Conference)였다.


"제 음악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걸 어느 순간 느꼈어요. 또 내 음악보다는 프로듀서 쪽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고요. 작곡하다보니, 트랙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있더라고요. 트랙에 빠져 음악을 하다가 지금은 광고 음악까지 하게 됐고요. 사실 광고 음악은 가수나 가사가 중요하지 않고 트랙만 잘 나오면 되거든요. 광고음악에 빠져서 지내다보니 지금은 가요 쪽보다 광고에서 더 많이 절 찾아주세요."


가요와 광고음악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요는 가수가 불러야 완성된 음악이라면 광고음악은 15초 안에 제품의 특성과 이미지를 빠르게 어필해야 한다. 쟈코비는 가요와 광고음악의 가장 큰 차이점을 음악을 시각화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두 음악의 거리는 작업하는 과정을 지루할 틈 없게 만든다.


"가요는 가사나 키워드가 중요해요. 반면 광고 음악은 화면으로 느껴지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야 하죠.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쪽은 광고음악인 것 같아요. 가요는 의뢰가 들어올 때 '어떤 가수의 어떤 앨범 몇 번 트랙과 비슷하게 해주세요'라고 말을 해요. 광고는 영상을 주고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주는데, 10곡을 주면 10곡의 공통점을 찾아야해요. 디렉션도 차이가 큽니다. 광고 음악은, 음악과 무관한 사람들에게 요구 받기 때문에 굉장히 추상적인 단어들로 디렉션이 와요. '구름이 걷히는 듯한 느낌으로 해주세요'라고 들었을 땐 무슨 소리인가 싶었죠. 계속 광고 음악을 하다보니, 그렇게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더라고요. 반면 가요는 제일 중요한 것이 보컬의 힘이죠. 가사도 물론 중요하고요. 광고음악의 승부수는 악기의 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본질적인 톤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요."


유명한 가수들과의 작업은 쟈코비의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만들지만, 보람은 취미로 음악을 하는 일반인들의 꿈을 이뤄줄 때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금융권 일을 하시는 분이 저에게 음악을 배우셨는데 그냥 좋아서 하는 음악이다보니 가요처럼 찍어내는 느낌이 없고 진짜 진심이 담겼어요. 그 때 저도 함께 감동을 느꼈어요. 유명한 분과 하면 경력에 도움도 되고 유명해져서 좋기는 하지만, 작곡가로서 의미있다고 생각했던 건 그 때 였어요."


ⓒ쟈코비 공식 홈페이지 ⓒ쟈코비 공식 홈페이지

쟈코비는 2018년 성우에 도전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은행, 휴대전화, 항공사 등의 광고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혀 목소리를 조금 더 깊고 다양하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익혔다.


"속된말로 '아티스트 마인드' 이걸 버려야 꾸준하게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도 그게 잘 안됐는데 나 자신을 내려놓으니 그 때부터 일이 조금씩 들어오더라고요. 또 음악만 할 때, 기술에만 의존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하니 소리에 대해 본질적으로 생각하게 됐고, 결국 보컬 작업할 때 더 다양하게 소리를 낼 수 있게 됐어요."


쟈코비는 음악 외에도 사진과 글을 쓰는 일도 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현재스탭밟기'란 주제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다른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이후에도 여행이나 일상을 셔터에 담아 포토그래퍼로서의 경력도 일궈나가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책까지 출간을 준비 중이었다.


"지금은 제가 썼던 곡 중 가사로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던 뒷 이야기를 제 사진과 함께 담을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 표지도 다 제가 작업할 예정이고요. 저는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광고음악, 가요, 사진, 성우, 글 모든 채널을 열고 활동하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늘어나더라고요."


쟈코비는 굳이 자신이 하는 일의 카테고리를 나누지는 않는다.


"제 생각엔 광고 음악, 가요, 사진, 성우, 글 모두 똑같은 일인 것 같아요. 사진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음악도 잘해요. 음악에서 쓰는 이퀄라이저와 포토샵에서 조도를 파악하는 프로그램 원리가 똑같더라고요. 시스템이 비슷해요. 작업을 하다보면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을 분리해서 생각하진 않아요."


쉬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40대가 되면 복합적인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한 회사를 설립하는 목표를 가지면서 더 확고해졌다.


"광고, 음악, 사진 작업을 복합적으로 해낼 수 있는 회사를 설립해서 직원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은 이 목표를 구체화 시키기 위해 바탕이 되는 작업들 입니다."


쟈코비는 창작활동을 하며 '누군가가 좋아해줄까'란 검열에 자유롭지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노하우로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스로 즐기고 있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좋아하는 일을 잠시 미뤄두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나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받는 일도 많았다. 그 때마다 쟈코비는 이렇게 말한다. 또 이는 지금의 쟈코비가 존재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해왔던 말이다.


"뭘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듣고싶은 말은 '하세요'란 말 아닐까요. 사람들은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마음의 안도를 느끼잖아요. 금전, 전망을 배제하고 무슨 일을 할 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집중할 수 있으면, 자신에게 맞는 일이고 도전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하찮아보여도 하다보면 가지가 뻗어나가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거든요. 남들은 가치없다고 생각해도 나에게만 가치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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