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봉만 하는 상황"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영화 관계자들의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가운데, 의미있지만 작은 영화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고, 각 극장들은 가용좌석을 50% 이하로 줄이며 관객 방문에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 증가 추세에 거리두기 3단계까지 검토된다는 소식은 극장가를 암울하게 만들었다.
이에 '뮬란'과 '뉴 뮤턴트'가 9월 10일과 17일로 일주일씩 개봉을 미뤘고 한국영화 '국제수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승리호', '씽크홀'이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국내외 대작 영화들이 코로나19의 추이를 살피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들을 확보하려 일정을 고민하지만 독립, 수입영화들은 개봉 계획을 그대로 진행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시국을 돌파할 자신감 때문이 아닌,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이다.
디오시네마 한동희 대표는 "개봉일정을 변경하려면 전단지부터 포스터를 개봉일 고지가 된 모든 걸 다시 만들어야 한다. 개봉을 하는것이 아닌 개봉만 하는 상황이다"이라고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지난 20일 개봉한 독립영화 '남매의 여름밤'이 1만 관객을 돌파했다.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각본집 출간까지 앞둔 상황이다. 위기 속에서 콘텐츠로 정면돌파한 셈이다.
다른 독립, 수입 배급 영화들도 SNS로 콘텐츠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실 이 방법 외에는 달리 고민할 수 있는 예시가 많지 많은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내주는 '온라인 시사회' 신청 메일이 부쩍 늘어난 것도 현재에 대응하기 위한 작은 영화들의 방법 중 하나다. 이외에도 50인 이하로 진행되는 상영회를 진행할 시, 굿즈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지난 27일 개봉한 '후쿠오카'를 홍보하는 필앤필름 조계영 대표는 "코로나19 감염이 언제 좋아지고 나빠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봉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관객들과 소통의 창구로 쓰이는 GV 같은 행사는 모두 취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앞둔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없다. 온라인 마케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급사 진진 관계자는 "돌파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굿즈 이벤트와 라이브 톡 같은 SNS을 이용해서 작품 인지도를 높이려고 하고 있다. 작은 영화는 개봉일을 변경하지 않으면 상황에 맞춰 가는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황 속에서 효율적으로 영화를 알릴 수 있을지, 할 수 있는 선에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 수입 영화 배급 관계자는 "일정을 전면 수정하는 건 그나마 여유있는 영화들이나 가능하다. 작은 영화는 여러가지 고민해봤자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어 무기력해진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 지원 방안을 내놨는데 살펴보니 한국영화 기준이 많았다. 수입 영화를 배급하는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기댈 수 없어 아쉽다. 이번 사태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처음이지 않나"라며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나가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