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속 급성장한 P2P금융, 제도권 진입에 기대감 및 우려 교차
'신뢰 제고' 연체율 등 자정노력 절실…법정협회 통한 구심점 마련 필수
P2P금융이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제도권금융에 본격 편입됐다. 이에따라 P2P금융도 일반 금융권과 동일하게 법률(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에 기반한 금융당국 규제를 받게 됐다. 이미 수 년전부터 시장이 형성돼 왔음에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것과 비교하면 이같은 움직임은 다소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무려 17년 만의 신종 금융산업으로 더욱 관심을 모은 ‘P2P금융’은 쉽게 말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와 대출수요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대출계약 체결 서비스를 의미한다. 최근 수년 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P2P금융에 몰리면서 지난해 말 기준 P2P시장 누적 대출액만 10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법제화’가 달성된 현재에도 P2P업계의 분위기는 마냥 밝지 않다. 제도화와 동시에 등록 유예기간인 향후 1년 간 업체들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직접 개별 업체의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받아 검토에 나선 뒤 P2P금융 업무를 수행할 요건을 갖춘 우량업체와 비우량, 불량업체를 가려내겠다는 방침으로,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대부업체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최악의 경우 폐업이나 형사조치도 피할 수 없다.
현재 파악되고 있는 국내 P2P 운영업체는 대략 240여 곳, 이중 금융당국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곳은 78개 업체로 집계되고 있다. 여전히 3분의 2 가량의 업체들이 당국의 감사보고서 제출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데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업체 가운데서도 심사에 탈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당국과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자본금과 내부통제, 투자자 보호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당수 업체들의 줄폐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 문제는 이같은 대혼란 속에서 업체 폐업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는 물론, 업계 전반의 신뢰도 추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소형사 뿐 아니라 대형사 가운데서도 투자자를 속이고 투자금을 먹튀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몇몇 업체 대표의 경우 고의로 업체를 폐업하고 해외로 도주하거나 사기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해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P2P업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은 뼈를 깎는 심경으로 자정노력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과 함께 P2P금융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중국의 경우 해당 업계가 금융범죄 온상으로 떠오르자 지난해 모든 P2P업계 사업 종료와 소규모 대출회사로의 전환을 명령했다. 사실상 P2P업계의 폐지를 공표한 것이다.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권 진입에 걸맞는 신뢰도와 경쟁력을 업권 스스로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국과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법정협회(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설립 또한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타 금융협회가 그렇듯 온투협회도 회원사 지도와 자율규제, 표준약관 제·개정 등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제도권 초기 업계 안팎의 혼란과 회원사들의 소극적 움직임 속에 협회 설립 역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P2P업계 스스로 믿지 못하는 시장을 신뢰할 수 있는 투자자는 없다. 업계의 발빠른 결집을 통한 대책 마련과 시장 안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