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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임말' 신조어, 대중이 만들고 키워 방송이 전파하다


입력 2020.09.05 13:00 수정 2020.09.05 08:4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김응수, 김영철ⓒSBS, 버거킹 김응수, 김영철ⓒSBS, 버거킹

2020년 상반기 트렌드는 '밈'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밈'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문화를 모방하고 복제하는 유전자란 뜻이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이나 행동, 이미지, 동영상을 재창조하거나 활용하는 것이 바로 '밈 현상'이다.


지난해 '타짜3'가 개봉하면서 13년 전 '타짜1'이 재조명됐고, 배우 김응수가 연기한 곽철용 캐릭터와 '묻고 떠블로 가'란 대사가 밈 대상이 되면서 끊임없이 사용되고 패러디됐다. 덕분에 김응수는 데뷔 20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김영철의 ‘사딸라’ 역시 마찬가지다. 2002년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 84회에 김두한 역을 했던 김영철이 미군 상대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달라고 우격다짐식으로 협상하다 외친 ‘4달러(사딸라)’가 시대를 훌쩍 지나 화제가 되면서 김영철을 광고에 등장시키기까지 했다. 김영철은 어린 아이들에게 ‘사딸라 아저씨’가 됐다.


일본의 자유민주당 소속 중의원이자 환경상인 고이즈미 신지로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기후변화대책에서 "기후 변화 같은 스케일이 큰 문제를 다루려면 즐거워야 하고 멋져야 하고 섹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대답을 잘 이해하지 못한 일본 기자가 의미를 묻자 "그것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네요"라고 말했다. 이후 만들어진 말이 ‘펀쿨섹’이다.


고이즈미 신지로의 의중을 알기 어려운 이 대답은 처음에 조롱당했지만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펀쿨섹’(펀하고 쿨하고 섹시해야 한다)은 동문서답을 의미한다.


신조어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줄임말은 ‘열공’, ‘지못미’, ‘생선’, ‘비번’ 등 2000년대 초부터 꾸준한 즐겨온 놀이문화다. 그러나 누구에게서 어떻게 탄생시켰는지 사실 불분명하다.


혹자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줄임말을 사용한 것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확장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 혹자는 줄임말을 즐겨 만드는 이들로부터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다보니 간혹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서로 자기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종종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 연예인들이 방송이나 드라마에서 줄임말을 사용해 대중에게 전파되던 시대와는 분명 달라졌다는 것이다. 방송의 역할을 굳이 부여하자면, 재전파 혹은 확장된 전파력을 가졌을 뿐이다.


한 웹 예능 PD는 "요즘 세대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현실에서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주체가 돼 누구나 흐름을 끌어갈 수 있다. 또 거기에서 오는 즉각적인 반응에 보람을 느낀다. 요즘 트렌드는, '트렌드를 아는 순간 트렌드가 아니게 된다'는 거다. 모두가 아는 유행이 되면 또 다른 트렌드를 찾는다. 이도 트렌드의 선두주자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예능 작가는 "유튜브랑 커뮤니티, 방송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재미를 찾으려는 현상으로 보인다. 일상이 너무 팍팍하니까 습관처럼 재미를 찾으려고 사소한 단어들을 줄인다. 예전에는 편의성을 위해 줄임말을 썼지만 이제는 그저 편하기 위해 줄여 말하진 않는다. '길막 하지마' 같은 건 오히려 '길 막지마'보다 더 길어진 신조어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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