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 "집단파업에 굴복당했다" 부글
의료계 곧 분열하자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합의문으로 본 양측 '스코어'에 민감한 반응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가 4일 공공의료 확충 정책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하자 여권 지지자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전임의들이 합의에 반발하는 등 의료계가 내분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는 달라진 반응이 잇따랐다. 이번 합의문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양측의 '스코어'에 민감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5개 조항의 최종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코로나 안정화까지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 △공공의대 관련 협의체 구성 및 원점 재논의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위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 시작된 의료진 집단휴진 사태는 일단락됐다.
공공의료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집권 4년차에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번 합의로 정책은 유보됐다. 여권은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등을 다수의 힘으로 관철해왔는데, 이번에는 원점 재검토 명문화를 수용했을 뿐 아니라 국회 내 공공의료 특위 구성에도 합의했다.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정책 추진을 위해 의료 공백 사태를 방치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여권 지지자들은 의료계 집단행동에 정부·여당이 굴복했다며 부글부글 끓었다. 민주당이 정부와 의료계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제로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하자, 당내에선 "180석을 갖고도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을 비롯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의협의 생떼를 받아주지 말고 법대로 처벌하라", "이번에 끝장을 보지 못하면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 의료계 내부의 분열이 일어나자 기류가 달라졌다. 일부 전공의·전임의들은 '철회'가 명문화되지 않았다며 "패싱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권 지지자들은 "정부·여당의 양보에도 의료계가 합의문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있던 명분조차 잃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시간을 벌게 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여당과 의료계의 합의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집단 휴진이 장기화되며 국민들께서 걱정이 크셨을 텐데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환영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합의에 따라 의정협의체가 성과 있게 운영되길 바란다"며 "우리 보건의료 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코로나기 재확산하는 엄중한 시기에 의료문제까지 겹쳐서 국민 여러분이 크나큰 걱정을 하고 불편함을 겪으셨다"며 "대단히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했다. 이어 "저희 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와의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정부·여당과 의료계는 국민 앞에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일을 돌아보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