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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의 엔터리셋] ‘순한 맛’ 김구라는 어떤가요?


입력 2020.09.06 07:00 수정 2020.09.05 18: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MBC ⓒMBC

방송에서 ‘독설’ 캐릭터를 구축한 예능인들은 아슬아슬한 줄타기 토크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면서 주는 일종의 쾌감도 있지만, 그 쾌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인 김구라의 경우가 그렇다.


김구라는 무명시절 인터넷 방송에서 매우 자극적인 막장 콘텐츠를 진행하다가 ‘독설 토크’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예능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낸 인물이다. 분명 그의 토크에는 희소성이 있다. 단순히 시니컬하고 공격적인, 그리고 까칠한 말들을 쏟아내진 않는다. 잡학다식한 지적 수준까지 겸비하면서 ‘팩트’까지 짚어내니 그 독설은 더 따끔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김구라는 시사 예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보여준다.


이런 김구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앞서 남희석이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의 태도를 지적한 것을 두고 누군가는 소신 발언이라고 지지하는 시각을 보여준 반면, 누군가는 일방적이고 과도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방송인 김구라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남희석의 문제제기도 사실 아주 받아들이지 못할 일은 아니다. 남희석은 ‘라디오스타’의 김구라를 겨냥해 “초대 손님이 말을 할 때 본인 입맛에 안 맞으면 등을 돌린 채 인상 쓰고 앉아 있다. 자신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참 배려 없는 자세다. 그냥 자기 캐릭터 유지하려는 행위. 그러다 보니 몇몇 짬 어린 게스트들은 나와서 시청자가 아니라 그의 눈에 들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콩트 코미디로 떠서 ‘라디오스타’에 나갔다가 망신당하고 밤에 자존감이 무너져 나를 찾아온 후배들을 봐서라도 그러면 안 된다. 약자들 챙기시기를”이라고 저격했다.


ⓒMBC ⓒMBC

실제로 김구라의 기본자세는 게스트를 향하지 않는다. 90도 가량 의자를 돌려 앉고, 시선도 먼 곳을 응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상태로 타인의 약점이나 아픈 곳을 들쑤시고, 상대의 말을 끊거나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예능’으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김구라의 이런 진행 방식을 무례하다고 여기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이들은 김구라의 팩트를 기반으로 한 독설을 긍정적인 변화의 포인트로 보는 이들도 있다. 단적인 예로 ‘2019 SBS 연예대상’에서 김구라 발언을 들 수 있다. 김구라는 대상 후보에 무려 8명의 방송인들이 노미네이트 된 것을 두고 “방송사에서 구색을 맞추려고 8명 넣은 것 같다. 복잡한 감정으로 앉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한다. 아무런 콘텐츠 없이 한 두 사람의 개인기로 시간 때우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 물론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건 알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소리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말에 다수 출연진은 공감의 뜻을 보였고, 평소 김구라와 의견 충돌이 잦은 서장훈마저 그의 발언을 지지했다.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은 고집이었지만, 지난 2일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준 김구라의 모습은 그간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게스트를 챙기고 위로하는 말을 던지면서 함께 진행을 하고 있는 이들을 놀라게도 하고, 게스트였던 유상무도 “정말 착해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변화에 일부 네티즌은 “재미가 없어졌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 당장이야 김구라의 ‘독설’이 사라진 ‘라디오스타’가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또 하나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김구라는 이제 누군가의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그의 변화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순한 맛’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시청자들을 잡을 수 있는 김구라만의 화법을 만드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숙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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