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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대기업마저 마통에”…5대 은행, 올해 대출 14조원 급증


입력 2020.09.08 06:00 수정 2020.09.08 04:41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코로나19 본격화된 3월 이후 증가세 뚜렷…특히 4월에 5.8조↑

회사채 시장 위축에 자금조달 비상…“한도대출로 유동성 확보”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던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올해에만 벌써 1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던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올해에만 벌써 1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던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올해에만 벌써 1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상경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끌어 쓴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대기업 대출 잔액은 85조4245억원으로 작년 말(72조791억원) 대비 13조3454억원(18.5%)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3월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3월 말 82조7022억원에서 4월 88조5074억원으로 5조8052억원(7.0%)이나 불어났다.


대기업은 통상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대출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에는 이들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4조3178억원(5.6%)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가장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10조8536억원이었던 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올 8월 말 13조5655억원으로 24.9% 폭증했다.


KB국민은행은 이 기간 17조7865억원에서 21조7217억원으로 22.1% 뛰었고, 우리은행도 14조9918억원에서 17조5276억원으로 16.9% 뛰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각각 16.4%, 12.7%씩 상승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상경영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사전에 받아놓은 한도대출을 실제로 끌어다 쓴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으로 따지면 비상 상황을 대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현금이 필요해 마이너스 통장에서 실제 대출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미 국내 기업은 실적 둔화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1%로 작년 같은 기간(5.3%)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매출액증가율은 -1.9%로 직전분기(-0.5%)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1분기 4.1%로 전년동기(5.3%)보다 하락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88.0%로 직전 분기(84.35)보다 상승했고 차입금의존조도 같은 기간 25.1%에서 25.3%로 상승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대기업 대출 증가를 부추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달 회사채 만기 규모는 약 6조2000억원 수준으로, 최대 만기 도래액을 기록한 지난 4월(6조5494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뻗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종에 상관없이 한도대출을 일으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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