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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불안 커지는데…생보사 '깜깜이 대출' 7조 돌파


입력 2020.09.18 06:00 수정 2020.09.18 08:5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내역 비공개' 10대 생보사 기타 대출 1년 새 3700억↑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배팅…코로나19 속 불안 증폭

국내 10대 생명보험사 기타 대출 잔액.ⓒ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10대 생명보험사 기타 대출 잔액.ⓒ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보사들에서 나간 대출 가운데 담보와 차주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깜깜이 대출이 최근 1년 동안에만 4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제로금리가 현실화하면서 투자 환경이 악화되자, 좀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는 대신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끌어 올려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금융 시장의 불안이 우려되는 가운데 무리한 여신 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국내 10대 생보사들이 보유한 기타 대출 잔액은 총 7조1341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7580억원) 대비 5.6%(376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타 대출은 말 그대로 통상적 형태가 아닌 특수한 방식의 대출을 일컫는 표현이다. 보험업계의 대출은 통상 가입자의 미래 보험금을 담보로 하는 보험약관대출과 함께 부동산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지급보증대출 등 은행에서도 취급되는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타 대출에는 이를 제외한 동산담보대출,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파이낸싱 등과 관련된 여신이 포함된다.


생보사별로 보면 기타 대출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동양생명이었다. 동양생명이 갖고 있는 기타 대출 잔액은 2조9270억원으로 같은 기간(2조1599억원) 대비 35.5%(7671억원) 급증했다. 동양생명의 전체 대출이 7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기타 대출의 몫인 셈이다.


아울러 흥국생명의 기타 대출도 9053억원에서 1조46억원으로 11.0%(994억원) 늘며 1조원을 넘어섰다. 또 교보생명이 4141억원에서 4472억원으로, 푸르덴셜생명이 2048억원에서 2163억원으로 각각 8.0%(332억원)와 5.6%(115억원)씩 기타 대출이 증가 곡선을 그렸다.


금융사 입장에서 이 같은 기타 대출이 갖는 장점은 자산운용 측면에서의 효율성에 있다. 일반적인 대출에 비해 잠재 위험이 크긴 하지만, 그 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충격으로 금리가 곤두박질치면서 투자 수익에 대한 갈등은 더욱 커진 현실이다. 기타 대출을 바라보는 생보사들의 시선이 예전과 사뭇 달라진 이유다.


코로나19 역풍에 우리나라는 올해 처음으로 기준금리 0%대 시대를 맞이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문제는 기타 대출의 경우 보험사가 스스로 공개하지 않은 한 외부에서 구체적 현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험약관·부동산 담보·신용·지급보증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세부 내역을 공시할 의무가 없어서다. 통상적 방식의 대출에 비해 담보물이 확실치 않고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경험도 부족할 수 있는 기타 대출의 성격을 감안하면 염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보험업계의 기타 대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금융권의 여신 건전성을 둘러싼 리스크는 한층 커지는 실정이다. 특히 동양생명은 과거 육류담보대출 외에도 수산물·목재담보대출 등 다른 보험사들이 다루지 않는 동산 대출을 실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전반적인 경제적 충격으로 인해 차주들의 전반적인 대출 상환 여력도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사의 여신 관리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동산 담보 등 특수 대출의 경우 이런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는 만큼 금융사로서는 속도조절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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