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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값, 금 아니라 다이아몬드”...제조업체부터 소비자 식탁까지 ‘연쇄 타격’


입력 2020.09.23 07:00 수정 2020.09.22 22:0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국산 배추 가격 지난해 대비 대폭 상승

“역대급 긴 장마에 공급량 감소”

결구지연 및 중량저하 등 품위하락

관련 업체 “배추 없어 발 동동”

맛김치ⓒ대상그룹 제공 맛김치ⓒ대상그룹 제공

국산 배추 몸값이 무서운 기세로 치솟으면서 김치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에 배추 김치를 제조·판매하는 기업 부터 소비자 식탁까지 도미노 타격이 발생하고 있다.


23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배추는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산지 폐기가 반복돼 왔다. 그러나 올해 역대급 긴 장마와 3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연속 타격하면서 배추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배추는 생육 및 수확량 부진으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평년 같으면 배추밭 한 평당 배추 9포기를 수확했지만, 올해는 5~6포기만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추 중량 역시 포기당 1.6∼2.1㎏으로 지난해 2.0kg 보다 대체로 작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를 보면 지난 18일 기준 상(上)품 품질의 고랭지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1만1600원이었다. 1년 전 한 포기에 5485원 하던 게 배 이상으로 뛰었다. 배추값은 한 달 전 7149원이었지만, 지난 10일부터 1만원을 넘어섰다.


대관령 배추 산지를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장마가 오면 노지에서 자라는 재배 품목들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다”며 “올해 장마 기간이 유례없이 길었던 데다가, 태풍이 세 번이나 오면서 작황이 2010년 이후 최악이다”고 말했다.


이어 “배추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농민들이 크게 이득을 보는 상황도 아니다”며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생산비용이나 투자비용이 평년대비 몇곱절 더 들어가는데, 비싼 만큼 생산량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포기김치ⓒ대상그룹 포기김치ⓒ대상그룹
◇배추 가격 ‘들썩’…김치 공급에 차질, 줄줄이 타격


김치 제조업체들은 김치의 핵심 재료인 배추를 구할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데다, 농작물이 수해까지 입으면서 상품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한은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엽근채소관측 팀장은 “배추는 잎이 많고 탄탄할수록 시장에서 상품의 가치를 인정 받는데, 한창 결구(속이 동그랗게 차는 때)가 이뤄질 시기에 배추의 뿌리가 물에 잠겨 있었던 탓에 생육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배추를 만져보면 딱딱하지 않고 스폰지처럼 말랑한 데다, 포기당 1kg도 나가지 않는게 대부분이다”며 “김치 제조업체에서 이런 배추를 쓰게되면, 비싼 가격은 물론 1포기로 만들 수 있는 김치를 2포기로 만들어야 해서 원재료 투입량에 대한 제품 생산량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김치 제조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김장할 때 쓰이는 부재료 역시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일정기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양파는 저장비용과 감모율 증가로, 산지 건고추는 수확량 감소로 가격이 예년보다 2배 정도 오르면서 연이어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한 김치 제조업체 관계자는 “태풍때문에 배추 산지 타격이 커서 전국적으로 배추 수급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며 “급식업체에 포기김치를 대신해 맛김치와 깍두기 같은 무김치로 교체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치 제초업체로부터 국내산 김치를 수급 받아 온 급식업체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배추김치를 대신할 대체제 찾기에 고심중이다. 일례로 A급식업체의 경우 배추김치는 중국산 김치로 그 자리를 메웠다.


A급식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산 김치쓰는 곳은 어린이집 학교 아님 객단가가 높은 곳 밖에 없다”며 “일반 산업체나 오피스 단체급식은 일반음식좀과 같이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B급식업체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체 김치 공장에서 B2C, B2B 김치 제품의 일부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나, 생산에 차질이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배추 비축분이 거의 마감된 상태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수급도 어렵다. 계약 재배 물량이 현재 50% 수준밖에 되지 않아, 도소매 시장에서 최대한 끌어오려 이리저리 뛰고 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장마 등 기후악화로 인해 원물가격이 상승하면서 판촉활동 유지조차 어려워졌다.


B급식업체 관계자는 “김치 시장 후발주자로 브랜드 홍보를 위해 가격할인 등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었으나, 10월에도 배추가 높은 시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김치 프로모션의 한인 폭을 조정해 원물가격 상승에 대응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소비자 밥상에도 타격…B2C 일부 가격 인상


소비자 밥상도 타격을 받긴 마찬가지다. 배추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들이 먹는 일부 포장 김치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CJ제일제당, 대상 등은 일부 김치 판매를 중단했고, 또 일부는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준성수기에 해당하는 10월에도 당분간 배추 가격 상승세에 따른 소비자 타격은 지속될 것 이라는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김장 등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은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엽근채소관측 팀장은 “배추의 경우 연중 매달 생산되고, 생산지가 계절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향후 추세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며 “다만, 10월에는 출하량 자체가 예년보다 적을걸로 분석된다. 이번달보다 시세는 하락하겠지만, 예년보다는 높을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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