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ICT에 제출한 의견서 통해 LG화학 주장 반박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기술탈취, 문서삭제’ 주장에 대해 거듭 반박하고 나섰다. LG화학의 주장과는 달리 지웠다는 문서는 그대로 존재하며, 그나마 특허와 관계도 없는 문서들이고, A7 기술은 선행기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지난 11일 SK이노베이션이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출한 반박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입장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소송 대상인 ‘994 특허가 LG화학의 선행 기술이며 SK이노베이션이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LG화학의 주장이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자사 측 포렌식 전문가의 분석 결과 LG화학이 삭제했다고 주장한 주요 문서들은 한 건도 빠짐없이 정상적으로 보존되고 있음을 확인했고, 백업 파일을 포렌식 목적으로 LG화학에 제공했는데도 LG화학이 팩트를 왜곡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7월부터 공용웹하드인 ‘팀룸’에서 총 74건의 LG 관련 파일을 삭제했다고 제시했으나 71건은 멀쩡히 보존 중이고 삭제된 3건 파일(양극재 테스트 관련)은 데이터값 자료로 정리돼 보존돼 있다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중요한 것은 74건 문서 모두 특허침해 소송이나 특허 기술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LG로 검색돼 나온 74건 중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보관한 ‘LG전자제품’, ‘LG생활건강제품’ ‘LG유플러스 모바일결제’ 등 엉뚱한 자료(16건)들이거나, 공개된 세미나에서 촬영한 사진들(21건), LG화학에서 이직자에게 제공한 퇴직금 원천징수 내역 파일(2건) 등이며, 나머지도 대부분 소송과 관련 없는 메일 등의 파일들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상식적으로도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난 후 관련된 문서를 삭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그럼에도 LG가 이런 왜곡·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LG화학이 ‘근거 제시를 통한 정정당당한 소송전략’이 아닌 ‘말도 안되는 문서 삭제 프레임’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994 특허가 LG화학의 선행 기술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994 특허출원 당시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특허 침해 소송 제기 당시에도 몰랐다가 수개월 이상 지난 후에 유사성을 가진 제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LG화학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당한 이후 전사적으로 문서 보존을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송을 당하기 전 삭제된 자료는 정기·수시 문서 보안점검에 따른 것이고, 당시엔 미국 소송을 예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문서 보존 의무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LG화학은 문서 삭제, 기술 탈취를 주장만 할 뿐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하고 정당하게 근거를 제시하면서 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만 LG화학과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원한다는 입장은 견지했다.
입장문에서 “LG화학은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며 “최근 LG화학은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소송에도 책임감 있게 근거를 제시하면서 정정당당하게 임하되,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LG화학은 이같은 SK이노베이션의 입장에 대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다만 ITC에 본인들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마치 당사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처럼 오도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조만간 ITC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의 공식 의견도 곧 공개될 예정이니 결과를 지켜봐주기 바란다”면서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소송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고 생각되며, 소송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말로 소송 결과에 자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