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 개시...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조만간 재개
사법리스크에 발목잡힌 글로벌 기업 총수...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이달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건의 재판이 이어지면서 사법리스크 증대로 삼성의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초 검찰의 기소 결정으로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이 시작되는 가운데 재판부 기피 신청이 기각되면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도 재개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개시된다.
검찰이 지난달 1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재판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앞서 외부 전문가가 검찰의 수사·기소 타당성을 검토하는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여기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도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편향 재판 등을 이유로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변경해달라고 낸 기피 신청이 재항고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특검이 지난 2월 기피신청을 내면서 약 7개월 가량 중단됐던 재판이 재개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이 부회장에 대한 2건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은 이제 1심이 시작되는 상황으로 사안마저 복잡해 재판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초 시작된 국정농단 재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은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기업 총수가 사법리스크에 얽매이게 되면서 삼성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인신구속이 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 총수가 재판에 매달리게 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러한 오너 부재 리스크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처한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 파고에 대응해야 하는 것 외에도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일 갈등으로 인한 수출 규제, 4차산업 혁명으로 불거진 신 기술·산업 전쟁 등 대응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다.
오롯이 사업에만 전념해도 여러 난관을 헤처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법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초대형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변화와 혁신을 무기로 승리해 산업과 시장을 주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외부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쟁력이 하락하고 기회 상실이 이뤄지면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가 체계적으로 잘 갖춰져 있어 일상적인 경영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전략적 결정은 오너인 이 부회장만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크다.
삼성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총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이나 지난해 4월 선포한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인 '반도체비전 2030' 등은 모두 이 부회장의 판단과 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래 비전 부재로 제때 변화와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삼성의 경영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거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지휘하는 총수의 공백은 상당한 손실로 나타날 것”이라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환경에서 변화와 혁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총수의 역할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