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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㉙] 서교동의 밤, 각자의 색깔이 ‘우리’로서 내는 시너지


입력 2020.10.07 12:56 수정 2020.10.07 12:5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새 앨범 '가을을 그리다' 10월 7일 발매

ⓒ서교동의 밤

가지각색의 네온사인이 모여 거리를 밝힌다. 제 각기 다른 모양과 개성을 자랑하면서도 시야를 넓혀 거리를 보면 네온사인은 그 길을 밝히는 또 하나의 ‘빛’이 되기도 한다. 프로듀서 크루 서교동의 밤도 그렇다. 각자의 색으로 작곡·작사·편곡을 하는 뮤지션들이 모여 ‘우리’로서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작은 불빛이 한 데 모이면서 예상보다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들의 결과물은 보통 몽환적이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러 프로듀서들이 모인 만큼, ‘변화’에 있어서도 자유로운 그룹이다. 7일 발매된 새 앨범 ‘가을을 그리다’ 역시 기존의 색깔에서 더 확장되고 넓어진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서교동의 밤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의 무한한 확장을 증명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특히 한 가지 장르에 구속되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이들이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 ‘서교동의 밤’이라는 팀명의 이름이 가진 의미가 있을까요?


사실 큰 의미는 없어요(웃음). 작업실이 서교동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홍대 주변에서 음악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 서교동을 중심으로 움직이시잖아요. 이와 크게 멀지 않죠. 우연히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뒤풀이 장소에서 누군가의 제안에 모두들 동의를 해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 멤버들의 이름을 표기하는 방법도 신선합니다. 멤버들을 서교동 A, B, D, E 등으로 표기하고 있죠.


각자 추구하는 색깔의 음악이 있지만 이 팀에서는 ‘우리’의 음악을 하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두 사람 이상이 만났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과 반드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통일된 이름으로 ‘우리’라는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거죠. 참고로 보이지 않는 이름(알파벳)들은 함께 작업하다가 개인적 사정으로 잠시 쉬고 있는 멤버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원래 알파벳의 어디까지 멤버들의 이름이 있었을까요? 하하.


- 모든 멤버들이 작곡과 편곡에 함께 하다보면 곡을 만듦에 있어서 갈등도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없을 순 없습니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이 곡이 목표하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내 의견이 옳은 것 같아도 곡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다르면 의미가 퇴색되니까요. 서교동의 밤은 서로의 의견에 잘 수긍하는 편입니다. 음악경력들이 많아서 그런 부분을 많이 겪어 본 사람들이거든요. 의견이 다를 걸 예상하고 하나의 이름을 사용하자는 취지로 만든 팀이라서 그런지 사실 음악적 갈등이 많진 않습니다.


- 팀을 결성한지 올해로 5년차가 되었습니다. 5년의 시간동안 멤버들과도 더 근끈해졌겠죠?


처음 만났을 땐 서로가 좋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음악들에 있어서 차이가 컸습니다. 음악을 제시하고 들어보고 의견교환을 하면서 격차를 확인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의 음악을 듣게 되고, 또 최신 음악을 같이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르와 사운드에 있어서의 발 빠른 정보를 공유하기에 매우 좋습니다. 음악을 듣기 위한 세미나 같은 팀이죠. 따라서 가장 트렌디한 발맞춤이 가능해진 듯합니다.


ⓒ서교동의 밤

- 그렇다면 팀의 방향성은 하나로 정해진 건가요?


방향성이 있긴 한데, 자주 바뀝니다. 오늘과 내일의 음악이 달라서 음악을 듣는 우리도 생각이 많이 바뀌니까요. 아주 먼 목표보다 단기·중기적 목표를 가지고 어떤 음악을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변하니 저희의 취향도 변하더군요.


- 서교동의 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요?


멤버들이 듣고 자라온 음악이 종류도 다양하지만 세월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의 머릿속에는 시대별 유행의 코드(Code)가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 작업 중에 안 나올 수가 없죠. 그래서 우리가 가진 과거가 기술적인 현대의 사운드를 만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시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7일 공개된 앨범 ‘가을을 그리다’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한 동안 싱글앨범으로 한 곡씩만 발표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앨범 형태로 발매하게 되는 것이어서 팬들에게 어떤 걸 들려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때마침 좌충우돌이었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기에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 가을 선물세트를 준비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가을에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그것들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 수록곡의 색깔들이 참 다양합니다.


수십개의 다양한 후보 곡들이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함께 곡들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한 가지 컬러에서 앨범을 구상하게 되는데, 이번엔 앞서 말씀드린 선물세트라는 의미에서 장르도 내용도 최대한 넓은 스펙트럼으로 만들어보자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심하게 다양한 곡들이 담겨있죠(웃음).


- 기존의 몽환적이고 따뜻한 음악을 넘어 이야기가 더 확장된 건가요.


지금까지의 서교동의 밤을 이야기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사운드도, 가사도, 편곡도 그렇죠. 언젠가는 우리도 그 틀을 깨야하기에 서서히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뮤지션의 고유성은 개성일수도 있지만, 동시에 고인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내 색깔을 찾고, 또 다시 그걸 버릴 기회를 찾는 거죠.


- ‘안아줘요’와 ‘OH-A’를 더블타이틀로 정했습니다.


‘안아줘요’는 이 시대를 향상 메시지입니다. 모두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홀로 있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죠. 사실은 안 그런 사람이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들에게 말하는 곡입니다. 서로 안아주고 대화를 하자고. 그렇다고 힘든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터널을 지나갈 수 있는 작은 힘이 생기는 건 사실이니까요.


‘OH-A’는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씨티팝입니다. 가을이 되면 늘 겨울을 생각하지만 문득문득 지난여름을 잠시 생각하죠. 언제 그렇게 더웠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언제 이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게 됐는지. 가을은 참 생각의 꼬리를 길게 물게 만드는 계절입니다. 그 꼬리들 중에서 여름의 추억이라는 단편을 이야기로 써 본 것입니다.


타이틀곡 두 곡 외에도 이번 앨범의 모든 곡들을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특히 공동작업한 뮤지션들이 있다 보니 고생하고 노력한 모두의 얼굴이 떠오르죠. 황다빈 군과 ROGI의 곡도 관심 갖고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버전인 박차오름의 ‘안아줘요’도 매우 좋습니다.


- 곡을 쓸 때, 가사를 쓸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나요?


곡은 최초의 비트가 주는 아이디어가 가장 큽니다. 거기에서 방향이 절반은 결정되었다고 봐야죠. 임팩트있는 하나가 없으면 뒤로 살을 아무리 붙여도 지저분해지기만 할 뿐, 좋아지는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가사의 경우는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대게는 곡 작업 초기에 가수를 생각하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곡 작업 중에 중요한 부분의 키포인트 가사는 어느 정도 나와 있게 되죠. 그 이후에 가수와 가이드를 하면서 우리가 표현하려는 원래의 감정, 내용과 가수가 잘 나타내는 표현법들을 따져서 최종적으로 가사를 만듭니다. 물론 수차례에 걸친 수정작업이 이루어지지만요.


- 이번 앨범을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주길 바랄까요.


일식, 중식, 양식처럼 다양한 요리도 한 사람이 한다면 뭔가 하나로 통일되는 맛이 있죠? 그런 부분입니다. 극과 극의 다양한 장르를 하지만 결국 서교동의 밤이 해서 같은 색깔이 관통하는구나 하는 맛이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죠. 노력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면서 기대가 큽니다.


ⓒ서교동의 밤

- 이번 앨범에 양평소년, 경빈, 황다빈, 로기, 박차오름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함께 했습니다.


양평소년과 처음 작업했는데요, 워낙 세대차이(?)가 있다 보니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같이 무언가를 즐기진 못한 것 같습니다. 다만, 양평소년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래하는 영상을 딱 100번 정도 본 것 같습니다. 아련하고 연약하지만 희망을 주는 감성으로 잘 불러줘서 대견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경빈 양은 마지막에 불꽃을 태우며 작업에 동참해줘서 역시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것이 없네요. 황다빈, 로기, 박차오름 등 세 뮤지션은 그동안 수차례 공동작업과 프로듀싱으로 끈끈한 사이입니다. 지금 보니 바로 옆방에서 작업하고 있는 분도 있네요. 모두들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이지만 식구라고 보셔도 무방하답니다.


-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그간 많은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 해왔습니다. 서교동의 밤의 페르소나라고 할 만한 아티스트를 꼽을 수 있을까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쉽게 대답할 수 있겠는데요, ‘Walking in the Moonlight’을 부른 다원 씨입니다. 서교동의 밤의 초기음악에 있어서 색깔과 방향을 정해준 건 다원 씨의 목소리입니다. 그러한 분위기와 톤이 아니었다면 ‘Walking in the Moonlight’ ‘Lucky Star’ ‘밤공기’ 같은 음악이 나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후의 많은 곡도 불러줬지만, 그런 방향의 곡들을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사운드의 발전과 프로듀싱의 목표설정에 아주 큰 영향을 받았죠. 비록 이번 앨범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앞서 나열한 곡들은 다원 씨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절대적인 곡들입니다.


- 대중에게 듣고 싶은 말 한 마디를 골라볼까요?


저희의 음악을 듣는 분들이 나지막이 내뱉는 ‘너무 좋다’라는 네 글자가 아닐까요?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는 표현이겠죠. 진심이 응축되어서 저절로 나온 감탄의 한 종류가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그런 진심을 이끌어내는 좋은 뮤지션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올해 목표한 것들이 있나요?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생각한다면 올 해 안에 더 이상의 앨범은 나오지 않겠죠? 물론 싱글은 계속해서 발매할 계획 중에 있습니다. 덧붙여 건강한 것이 목표, 행복한 것이 목표, 주변 사람들이 이 모든 상황을 잘 이겨내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서교동의 밤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돕는 것, 이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밤하늘 별빛보다 더 빛나는 분들임을 꼭 기억하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적어봅니다. 서로 ‘안아’주세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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