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서버 중심으로 수요 빠르게 증가…선제적 대응
삼성은 공정강화 SK는 첫 양산…초격차로 지배력 확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계의 ‘5G'로 불리는 DDR5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날 차세대 D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압도적인 점유율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두 회사가 중국 등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했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에 최적화된 초고속, 고용량 제품이다.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전송 속도가 4800Mbps~5600Mbps로 이전 세대인 DDR4(3200Mbps) 대비 1.8배 빨라졌다.
SK하이닉스는 전력 소비를 낮추면서도 신뢰성을 대폭 개선한 친환경 DDR5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운영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서둘러 제품을 양산하기 보다는 생산 공정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2공장은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하고 DDR5에도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EUV는 파장 길이가 13.5나노미터(nm)로 첨단 공정에 활용된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대비 14배 짧다. 짧은 파장 덕분에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데 적합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미 10대 이상의 EUV 장비를 구매한 바 있다. 올해 초에도 20대를 추가로 매입해 약 4조원의 투자를 감행했다. 이를 통해 저전력 고성능을 추구하는 DDR5의 제품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하반기를 DDR5 D램 첫 출하시기로 정하고 주요 업체들과 적극적인 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DR5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차세대 D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대면 서비스의 밑바탕이 되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저전력 고성능 메모리 탑재가 필수적인데 DDR5가 이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업체들이 DDR5 양산에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현재 주류인 DDR4 D램 저가 공세를 준비 중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차세대 D램으로의 전환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서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DDR5 수요 역시 비례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급 초기에는 서버 등 기업 수요에 국한되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DDR4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DDR5는 오는 2022년 전체 D램 시장의 10%, 오는 2024년에는 4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