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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지상파부터 유튜브까지…불멸의 콘텐츠 ‘군대 이야기’


입력 2020.10.10 00:00 수정 2020.10.12 16:4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JTBC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조심해야 할 이야기가 군대다. 한 명이 군대 경험을 툭 던지는 순간 몇 시간동안 그 어떤 주제도 끼어들지 못한다. 여자들의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술자리 금기 내용이었다.


일상에서는 그렇지만, 대중문화 콘텐츠로서의 군대는 ‘망하기’ 어려운 소재다. 드라마로 만들든, 예능으로 만들든 기본 이상은 해낸다. 그런 ‘군대’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미디어에서 군대 관련 콘텐츠를 활용한 건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75년부터 방송된 KBS ‘배달의 기수’는 정부 홍보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군대 콘텐츠의 시작은 1989년부터 무려 9년간 방송된 장수프로그램 MBC ‘우정의 무대’로 보는 이들이 많다. 뽀빠이 이상용이 마이크를 잡아 군부대를 찾아갔다.


1990년대 초에는 군대를 코미디 소재로도 활용했다. 개그 프로그램 ‘유머일번지’의 한 코너인 ‘동작 그만’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개그맨 이상운, 김한국, 이봉원, 박승대 등이 군 내무반에서 실제 일어날 법한 일들을 과장되고 코믹하게 그려 추억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다. 인기의 결실인 ‘유행어’도 다수 탄생했다.


이후 ‘우정의 무대’의 뒤를 이은 ‘군부대 방문’ 프로그램 KBS1 ‘TV내무반 신고합니다’ ‘청춘! 신고합니다’가 방송됐다. 교수부터 성악가, 웅변가 등의 다양한 직업군이 출연해 멘토 역할을 하고, 기존 ‘우정의 무대’에서 어머니를 섭외했다면 이들은 각각 여자친구 혹은 걸그룹의 출연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한동안 지상파에서 군 관련 콘텐츠는 찾기 어려웠지만 tvN 군대 시트콤 ‘푸른거탑’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당초 ‘롤러코스터’의 한 코너로 출발했으나 인기가 높아지자 단독 시트콤으로 독립했다. 또 MBC는 군대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를 편성하면서 의외의 웃음을 생산해내는데 성공했다. 심지어 XTM에서는 ‘국가가 부른다’라는 군대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내놓았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군대 콘텐츠는 최근 유튜브를 중심으로 재확산되고 있다. 그 최전선에는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가 있다. 이는 민간 군사기업 ‘무사트’와 인기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함께 진행하는 해군 특수전전단(UDT) 훈련 체험 콘텐츠다. 콘텐츠 이름은 기존 지상파에서 선보였던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했다. 이 채널은 유튜브 콘텐츠의 확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케이블과 지상파 방송으로, 그리고 광고계까지 넘본다. 그 중심에는 ‘스타성’을 겸비한 출연자 이근 전 대위가 있다.


ⓒ롯데리아

지난 13일 이근 전 대위는 SBS ‘집사부일체’에 사부로 출연하고, JTBC ‘장르만 코미디’의 코너 ‘장르만 연예인’에는 아예 고정 멤버로 활약 중이다. 또 최근 롯데리아는 이근 대위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밀리터리버거를 출시했고, 군대 훈련에서 먹는 ‘전투 식량’까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 밀리터리버거는 판매 첫날부터 5만개가 판매되며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군대 콘텐츠가 소비되는 것은 군대를 다녀온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향수를, 입대를 앞둔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호기심을, 여성들에게는 상상하지 못한 환경에서 오는 신선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채널들은 실제 군대와 같든, 다르든 각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스타성 있는 출연진을 섭외하고, 캐릭터의 특징을 잘 부각시키면서 프로그램의 흥행을 이끌었다.


태상호 군전문기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일단 징병제를 아직도 수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남자가 군대에 다녀온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면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그리고 전 국민이 사이드 이팩트를 받는다. 우스갯소리로 ‘다른 류의 포르노’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군대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일반 군대보다 특수부대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운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군대 관련 생존 훈련 콘텐츠는 향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튜브에서도 각종 아류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고, 방송가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추세다. 디스커버리채널 코리아는 이근 대위를 내세운 ‘서바이블’을, tvN은 특전사 출신으로 유튜브 ‘은하캠핑’을 운영하고 있는 박은하 교관을 내세운 ‘나는 살아있다’를 정규 예능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태 기자는 “군대에 대한 콘텐츠는 꾸준히 갈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군대가 금단의 구역이다. 그 곳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교관, 교육생 등 스타성 있는 사람들을 뽑으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흥하게 되고 덩달아 다른 밀리터리 콘텐츠들도 빛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이 열풍엔 트렌드가 함께 한다. 앞서 2000년 초반 미국에서 특수부대 출신이 일반인을 가르치고, 그들끼리 게임해서 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의 ‘가짜사나이’와 매우 흡사한 포맷이다. 당시 이 미국의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끌다가 1년 반정도 후에 인기가 식었다”면서 “국내의 프로그램들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지금 유행하는 콘텐츠들의 인기가 식을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지금 다른 특수부대 출신들이 우후죽순으로 아류작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각자의 콘텐츠를 재미있게 각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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