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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사상 최대 호황…전문가 “투명성 강화 시급”


입력 2020.10.23 06:00 수정 2020.10.22 15:2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중고차 매매업자 경영난 호소하지만…올해 거래량 사상 최대 경신 눈앞

시장 규모에 걸맞은 시장질서 확립돼야…완성차 진입 허용 '메기효과' 기대

유럽·일본 완성차 업체, 시장 호황 틈타 앞 다퉈 중고차 사업 확대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연합뉴스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연합뉴스

국내 중고차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중고차 매매 종사자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게 무색한 모습이다.


22일 자동차 업계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 중고차 거래대수(사업자간 거래 제외)는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195만712대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1~3분기 평균 거래(65만대)가 4분기에도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260만대를 돌파하게 되며, 이는 기존 사상 최고였던 2016년(257만89대)을 넘어서는 규모다.


특히 올 3분기 중고차거래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률은 10.0%로 상반기 상승률 3.4%의 약 3배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어 올해 연간 거래대수는 기존 사상 최고 기록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 9월까지 거래된 중고차 195만 712대 중 개인간 거래는 103만5708대이나, 중고차 매매업자가 매수인과 매도인을 중개해 거래를 성사시킨 후 세금회피 등을 목적으로 개인간 직거래로 위장해 이전 등록하는 사례가 많아 실제 개인간 거래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개인간 거래된 중고차 대수의 70~90%는 실제로는 중고차 매매업자의 알선 거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위장거래를 매매업자 거래에 포함시키면 국내 전체 거래대수의 80% 이상이 사업자 거래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 중고차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중고차등록 거래유형별 대수.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국내 중고차등록 거래유형별 대수.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중고차시장 호황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최근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미국 중고차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대중교통이나 우버(Uber)와 같은 공유차량 이용을 꺼리고 새차 대비 가격 부담이 적은 중고차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중고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즈의 분석이다.


실제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하는 미국 완성차업체 딜러의 6월 중고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한 120만대에 달했다. 이는 월간 실적으로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고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고차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미국 중고차의 전체적인 가격수준을 알 수 있는 ‘맨하임 인덱스(Manheim Index)’는 6월부터 최대치를 경신하다가 8월에는 지수가 163.7포인트까지 올라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미국 중고차 가격정보 업체인 에드먼즈닷컴 역시 지난 7월 미국 중고차 평균 거래가격이 역대 최대 수준인 2만1558달러까지 올랐다며, ‘전례 없는 역사적 변화(unprecedented historical shift)’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미국 중고차 평균 거래가격은 2만618달러였다.


유럽 최대 자동차시장인 독일에서도 중고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올 9월까지 독일의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5%나 감소한 반면, 중고차 거래 대수는 6월 14.1% 증가를 시작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시장 역시 신차 대비 중고차가 선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본의 신차 판매는 올 들어 9월까지 내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반면, 중고차 등록대수는 5월까지는 소폭 감소하다가 6월 6.1%, 7월 3.7%, 8월 4.5%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신차 품질이 예전에 비해 급격히 좋아져 중고차가 되더라도 내구성 등의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아 중고차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며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차 소유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도 중고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장 거래 질서 확립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능조작이나 침수차, 허위매물 등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기존의 후진적 거래행태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이미 2013년부터 6년 넘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받으면서도 자정 노력 없이 무질서한 상황을 방치해온 만큼, 앞으로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허용해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시장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요타 중고차 온라인 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토요타 중고차 온라인 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이미 독일 등 유럽에서는 완성차업체가 직영 및 딜러매장을 통해 직접 중고차를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시장이 발달돼 있다. 현지 완성차업체들은 최근 중고차 시장 호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고차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추세다.


푸조·시트로엥·오펠 브랜드를 생산, 판매하는 프랑스 PSA그룹은 지난해 5월 푸조 오케이션과 시트로엥 셀렉션, 오펠 셀렉션 등 그룹 내 8개 인증 중고차 브랜드를 ‘스포티카(Spoticar)’라는 단일 브랜드로 통합했으며, 유럽 시장에서 통합 마케팅을 통해 2021년까지 연간 100만대 이상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해 9월 ‘현대 프라미스(Hyundai Promise)’라는 인증 중고차통합 브랜드를 유럽시장에 출시하고, 완성차업체 최초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대해서도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중고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BMW 프리미엄 셀렉션(Premium Selection)’, 벤츠 ‘융에 슈테르네(Junge Sterne)’, 폭스바겐 ‘다스 벨트 아우토(Das Welt Auto)’, 토요타 ‘토요타 플러스(Plus)’ 등 완성차업체들은 별도의 인증 중고차 브랜드를 내 걸고 일반 중고차와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신차시장보다는 중고차 시장 전망이 밝아지면서 현지 완성차업체들이 중고차 판매 강화에 나서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 9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중고차 주문이 가능한 중고차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고객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중고차를 선택하고 견적 산출과 최종 계약까지 할 수 있다.


혼다 역시 지난해 인증 중고차 브랜드 명칭(U-SELECT)과 전시장 디자인을 변경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중고차를 1개월에서 최대 11개월까지 정액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중고차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중고차 시장만 완성차 업체들의 진입을 막아놓는다는 건 형평성 측면이나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금처럼 불투명하고 후진적인 거래행태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의 신규 시장진입 허용을 통해 경쟁이 활성화되고 시장이 정화되면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는 메기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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