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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정치권 '윤석열 여진'…여야 모두 셈법 복잡


입력 2020.11.13 13:29 수정 2020.11.13 15:04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이낙연·이재명 누르고 윤석열 올라섰지만…마냥 웃을 수 없는 野

"야당 후보 아냐" 선 그은 김종인…조해진 "부담스러워 하는 게 사실"

야권 일각서 긍정적 평가도…홍문표 "퇴임 후 정치하겠다면 받아야"

민주당, 당혹감 느끼면서도 평가절하…"후보지에 있어야 할 사람 아냐"

윤석열 검찰총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라섰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이후 정치권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주자 상위권을 독식했던 구도에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여권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이를 바라보는 심경이 복잡한 모양새다.


여권의 유력 주자들을 제치고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사가 선두에 올라섰다는 사실에도 야권이 반색할 수 없는 이유는 윤 총장을 명확하게 야당을 대표하는 주자라고 규정짓기 어려운 탓이다.


단지 검찰의 수장으로서 문재인 정권의 '살아있는 권력'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거침없는 모습에 국민이 힘을 실어준 것이지, 윤 총장이 전통적인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거나 일종의 정치 철학을 내세워 바람을 일으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 임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들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야권 성향 국민의 표심이 윤 총장에게 집중되는 것은 그만큼 '순혈 주자'를 키워내지 못한 야당의 무능을 반증한다는 자조섞인 평가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윤 총장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당과 척을 졌던 인물이다. 당을 오랜 기간 지켜왔던 당원들 입장에서는 그런 인사가 야권 지지층의 선호를 받아 떠오르는 상황이 허탈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윤 총장이 실제 정치를 한다는 가정 하에 과연 어떤 철학을 내세울지 지켜봐야겠지만, 그것이 과연 보수정당의 신념과 얼마나 부합할지엔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에서도 이 같은 진단을 엿볼 수 있다. 당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일제히 "윤 총장을 야당의 정치인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종인 비대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본인이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길러내고 지지율도 올려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에 대한 당혹감 같은 것"이라며 "혹시라도 이렇게 지지율이 높게 올라갔다가 나중에 여권에서 낚아채서 여당 후보가 돼버리면 우리는 진짜 망연자실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생각했을 수 있다. 섣불리 야권 후보로 분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 총장이 새롭게 떠오르는 상황을 굳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는 윤 총장이 명확한 야당 인사가 아니라 할지라도 현 정권의 위선과 불공정에 대항하는 그림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만큼, 차기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필연적 스탠스로 자리잡힐 '반문연대'의 초석을 닦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에서 기인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도 대안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제1야당의 무기력함에 소속 의원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한편으로 정말 감사하다. 우리가 좀 더 노력하고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대안 인물을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다면 반문연대 세력에게 국민들이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을 봤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홍문표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만약 윤 총장이 퇴임하고 '정치를 해야겠다'고 하면 많은 고민이 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여론이고 현실정치이기에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왼쪽)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권은 일단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을 비롯한 정부여당 인사들이 윤 총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수록 오히려 지지율이 오르니 난감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특히 야권으로부터 추미애 장관이 전면에 나와 목소리를 낼수록 윤 총장과 야당에 유리해진다는 조롱섞인 공세까지 나오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추 장관이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을 것"이라고 자중을 바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우선 윤 총장의 '1위 등극' 현상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움직임이다. 김한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이날 tbs라디오 '뉴스공장'에서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증 때문으로, 결국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국민의힘 다른 후보들이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 정치권은 항상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욕구가 있고, 그게 맞붙은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 입자에서 윤 총장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중 하나를 찍어야 하는 데 윤 총장으로 쏠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모든 것을 떠나서 후보지에 있어야 할 분이 아니다. 후보지에 있고 싶으면 빨리 검찰총장직에서 나오는 게 맞고, 어느 정도 본인이 지금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른 누가 아닌 본인이 정치적 발언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았는데, 정치권에 출사표를 던지는 공식적 발언은 미룸으로 인해 몸값을 올리는 고도의 정치적 기술이다. 현직에 있으면서 자꾸 그 기술을 쓰시면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금의 일시적 바람만 지나가면, 결국 윤 총장이 당에 심각한 위협이 될 존재는 아니라고 여길 수 있다"며 "거대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여당의 입장에서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총장의 정치인으로서의 한계가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관건은 윤 총장 신드롬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로, 그 진척도에 따라 정치권의 판단도 시시각각 변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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