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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정부, 주파수 재할당 대가 ‘평행선’…“통신비만 오른다”(종합)


입력 2020.11.17 18:42 수정 2020.11.17 18:51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과기정통부, ‘5G 투자 조건’에 5년 사용료 최저 3조2천억 책정

업계 “2년간 15만국 투자 불가능…불확실성에 투자 위축 우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7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주파수 재할당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동통신 3사와 과기정통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토론에 참석한 모습.ⓒ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이동통신 3사와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 공개 설명회에서 한 치의 견해차도 좁히지 못한 가운데, 적정한 산정방식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이통사 투자가 위축되고 역효과로 소비자 통신비 부담만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통 3사가 5세대 이동통신(5G)에 적극 투자하는 조건으로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낮춰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반면 이통사는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재할당에 5G 투자를 연계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으며, 정부가 현실적인 5G 투자 계획과 동떨어진 과도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 정부 “봉이 김선달 아냐…국가 자원 신중히 산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주파수 재할당 공개토론회에서 내년 6월 이용 기간이 종료되는 주파수 총 320메가헤르츠(MHz)폭 중 310MHz폭에 대한 재할당 산정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의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에 ‘5G 투자 조건’을 붙였다. 재할당 대상 주파수의 과거 경매 대가를 100% 반영하면 4조4000억원을 받아야 하지만, 사업자들이 5G 무선국을 많이 깔면 이를 최대 27%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날 “정부가 (무형의 주파수를 가지고 장사하는) ‘봉이 김선달’이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되지 않으려 할 뿐 아니라 사업자들도 (봉이 김선달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부는 한정된 국가 자원을 관리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일정 기간 이통사가 주파수 자원을 이용하도록 허용하는데, 이는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 경제활동을 하고 국민 편익을 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통사에 주파수라는 ‘세를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 소유의 땅에 큰 건물을 지어서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고 했다. 통신업은 자연독점 발생 확률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주파수 대가를 신중히 산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투자옵션(사업자당 무선국수) 대비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 기준.ⓒ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과거 기준 경매가 적용 논란…전문가 의견도 분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 산정방식을 놓고 의견이 극렬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송시강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사업자를 구석으로 몰아서 돈을 뺏는 모양새라는 프레임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주파수 경매가를 참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라며 “주파수는 이미 경매 사례가 존재하는데, 경매가 말고 더 적절한 경제적 가치를 측정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를 정면 반대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산정방식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과거 기준 경매가를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정부는 기초가 도출을 어떻게 했는지 설명해야한다”며 “정부가 무선국 15만개 구축을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향후 통신시장 변화에 따라 10만개만 필요하게 되면 이를 사업자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재할당 주파수의 가치가 떨어지면 사업자는 투자회수율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통신장비 제조사는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해 장비 단가를 올리고, 결국 이는 소비자와 사업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주파수를 5년 사용하는 기준으로 책정한 재할당 대가는 경매 참조가격인 4조4000억원±α과 조정(기준)가격인 3조2000억원±α 사이에서 형성된다. 옵션 가격은 사업자당 무선국 수 ‘3만국’ 단위로 구축 수량에 비례해 설정된다.


사업자당 무선국이 3만국에 못 미칠 경우 이통 3사를 합친 재할당 대가 최대치는 4조4000억원±α이다. 다만, 이통 3사가 무선국을 3만국 이하로 구축할 가능성은 희박해 현실적인 무선국 구축 수준을 고려하면 최대 3조7000억원~3조9000억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무선국 구축수에 따라 정부는 ▲3만국 이상~6만국 미만 4조1000억원±α ▲6만국 이상~9만국 미만 3조9000억원±α ▲9만국 이상~12만국 미만 3조7000억원±α ▲12만국 이상~15만국 미만 3조4000억원±α ▲15만국 이상 3조2000억원±α로 설정했다.


이동통신 3사 로고. 왼쪽부터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연합뉴스

◆ 이통사 “우사인볼트와 달리기 시켜놓고 0.1초 늦으면 벌금 물리는 꼴”


이통사 진영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종관 법무법인세종 전문위원은 “과거 신규 주파수는 이통사 간 가격 경쟁이 붙은 것으로 경쟁 수요에 의해 형성된 가격”이라며 “재할당은 경쟁 수요가 없기 때문에 연속성과 연장의 개념에서 이용자 보호를 고려해 책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15만국이라는 숫자는 8년 동안 꾸준히 LTE에 투자해서 확보한 것인데, 5G 15만국을 2022년 말까지 2년 만에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가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받게 된다는 건 사실상 벌을 받는 모양새”라며 “우사인볼트와 달리기 시합을 시켜 놓고, 늦으면 0.1초마다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게 하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은 “과거 경매대가 가져올 때 액면가 그대로, 과거 낙찰가를 시장가로 가져오는 건 맞지 않다”며 “재할당 대가 상승을 우려해 앞으로 어떠한 통신사도 경매에 적극적으로 입찰하지 않을 것”이라는 꼬집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도 “매출이 5조원인데 영업이익이 0원인 상황에서 주파수 할당대가를 6000억원 내라고 하면 사업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통 3사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 부과가 LTE 주파수 이용기간 만료전인 내년 6월까지 이뤄지면 되기 때문에 올해 중 법률 개정 후 4개월 내에 시행령을 마련하면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달 말까지 주파수 재할당 논의를 마치기엔 이날 설명회가 다소 늦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영길 과기정통부 과장은 “빠른 시일 내에 사업자가 재할당에 신청하는 데 문제 없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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