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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의 스펙트럼] 내 신용으로 대출도 마음대로 못 받는 시대


입력 2020.11.20 07:00 수정 2020.11.20 05:20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 초과시 신용대출 1억 넘으면 DSR 40%

부동산 대책에 따른 집값 급등이 문제…대출 규제로는 분명 한계

금융당국의 DSR 규제 강화로 영끌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뉴시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역효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대출 없이는 집을 사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모든 자리의 대화 주제가 영끌, 부동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도 ‘지금이라도 영끌을 해 아파트를 사야할까’, ‘이번에 (어디가) 얼마 올랐다더라’, ‘이번 생애에 내 집 마련을 불가능할 것 같다’ 등의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 조차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금융당국이 최근 신용대출 자금의 주택시장 유입을 막기 위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관리방안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신용대출 1억원 넘게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제한하고,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고 1년 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사면 대출을 2주 안에 갚아야 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용대출, 카드론 등을 포함한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지는 지표다. 현재는 규제지역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신규 주담대를 받을 경우 은행권 40%, 비은행권 60%의 DSR이 적용되는데,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사람이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이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만약 연소득 8000만원 직장인이 주담대 2억원에 신용대출 1억원을 끼고 있는 경우 DSR 적용 전에는 1억2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적용 이후에는 받을 수 있는 금액이 19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는 얘기다.


같은 조건의 직장인이 이미 주담대 4억원, 신용대출 1억원을 받은 상태라면 추가 신용대출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이다. 실제 지난 13일 가계부채 관리방안 브리핑에 나선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코로나19 속 서민 생활자금 수요에 따른 부채증가는 불가피하나 신용대출의 부동산시장 유입은 위험 요소”라며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선 만큼 신용대출 급증이 향후 잠재위험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현시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부작용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출 없이 집을 구매하기 어려워졌는데 애꿎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열심히 일을 해 신용을 쌓았는데 내 마음대로 신용을 담보로 대출도 못 받는 게 말이 되냐”며 “희망이 없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용호 무소속 국회의원 역시 “개인의 능력과 책임에 맞춰 신용대출을 받고 그 자금으로 온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무주택자의 마음을 정부는 모르는 건지 외면하는 건지 알 수 없다”며 “과도한 신용대출 규제에서 무주택자는 제외하고 실수요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난 등 보완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대출 규제로만은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정부는 신용대출이 왜 급증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희망이 없는 세상’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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