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에이블씨엔씨, 알고보면 세계 100대 뷰티 '롱런' 기업


입력 2020.11.25 06:00 수정 2020.11.25 08:4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발상의 전환으로 신유통 구조 및 혁신적인 가격 만들어내

‘가성비전략’ 발판으로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지속 성장 이끌어

국내 최초 비교마케팅 선보여…“제품 자신감으로 승부수”

해외 시장서도 뚜렷한 두각…“케이뷰티 위상 널리 알려”

미샤 홍대점 ⓒ에이블씨엔씨

“3300원에 팔고도 이익을 남기려면 원료를 제대로 된 것을 사용하겠느냐.”, “한국 여성들은 외제 화장품에 약한데 국산 저가 화장품이 성장성이 있겠느냐.”


초기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를 두고 했던 시장의 반응이다. 하지만 미샤는 1년 만에 매출이 10배가 올랐고 전국 주요 유통 거점을 장악했다. 여타 고급 화장품과도 품질 면에서 뒤지지 않는 착한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면서 입소문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000년대 초반 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로 로드숍 화장품 붐을 이끌었다. 주력 제품의 가격이 3300원이어서 ‘3300원의 신화’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로드숍은 길거리에 있는 매장이란 뜻으로, 화장품 업계에선 주로 중·저가 단일 브랜드를 파는 매장을 가리킨다.


특히 국내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대중적 화장품 회사로 인식 돼 실력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세계적 위상이 높은 회사다. WWD(Women’s Wear Daily)가 발표한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목록에 에이블씨엔씨 이름을 올리며 수년째 K-뷰티 대표주자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미샤 내부 매장 모습 ⓒ에이블씨엔씨
◇ 국내 1호점 로드숍 세워…“발상의 전환이 만든 신화”


2000년대 초반은 바야흐로 ‘브랜드숍’(이하 로드숍)의 전성시대였다. ‘거품을 뺀 화장품’이란 콘셉트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시장을 연 미샤가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브랜드 론칭 4년 만에 매출액 1000억원을 훌쩍 넘기며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 전성시대를 열었다.


미샤는 등장과 함께 우리나라 화장품 지형도를 180도 바꿔놨다. 2002년 이대 앞에 첫 직영점을 오픈하고 일명 ‘3300원 화장품’ 열풍을 일으켰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을 뒤엎고 매장 바깥까지 제품을 구경하려는 소비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당시 국내 화장품 업계에 한 가지 브랜드만으로 매장을 구성한다는 ‘브랜드숍’ 개념은 전무했다. 화장품 가게에 가서 수십 가지 브랜드 화장품을 비교해 보고 산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하지만 그런 유통 과정은 화장품 가격 거품의 주요인이었다.


미샤는 직영점, 가맹점 형태의 브랜드숍 직판 체제로 유통과정을 단축하고, 박스포장을 없애 사용설명서를 제품 뒤에 표기했다. 제품을 가격을 비싸게 만드는 원인인 용기도 바꿨다.


그 밖에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비용구조 혁신을 통해 화장품 내용물이 용기 값보다 비싼 화장품을 만들었다. 화장품은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이라 생각해 비싸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또 당시만 해도 낯선 개념이었던 ‘미샤데이’를 지정해 매달 20% 할인 마케팅을 펼쳐 브랜드숍 간 경쟁을 가열시키며 우수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내기도 했다.


이후 브랜드숍이라는 유통형태는 그 합리성이 입증되며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비슷한 형태의 브랜드숍들이 연달아 생겨났다. 당시 미샤를 기점으로 브랜드숍은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미샤는 경기 불황 속 ‘저가 전략’을 발판으로 점차 트렌드에 맞춘 빠른 상품 출시 전략과 기능성 제품이 더해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류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보따리상들이 상품을 '싹쓸이'하면서 힘을 보탰다.


최근 미샤는 20~30대 소비자는 물론 40~50대까지 상품군을 세분화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확보하고 각 타깃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한방라인 등 다양하지만 최대 6만원을 넘지 않는다.


특히 미샤 옴므 라인은 남성들이 미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능성은 물론 선호하는 향과 고급스럽고 심플한 용기 디자인 등 남성의 취향을 세심하게 고려해 출시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비교마케팅 ⓒ에이블씨엔씨
◇ 제품 자신감으로 ‘승부수’…업계 최초 ‘OO 저렴이 버전’ 마케팅 펼쳐


미샤는 ‘저가 이미지’를 기회로 활용했다. 제품의 자신감을 앞세워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교 마케팅을 펼쳐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실속파 소비자를 겨냥해 고가 제품과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제품을 직접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위기 이후 미샤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 2011년 9월 “부담 없이 경험하고 냉정하게 평가하자”라는 슬로건의 ‘WHY MISSHA’라는 1+1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미샤가 다른 브랜드들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제품이라는 것을 품질을 통해 입증하려 했다.


한 달 후 두 번째 캠페인 ‘I′m Missha’가 시작됐다. 고급 수입화장품을 겨냥한 ‘비교 마케팅’ 이었다. 대상은 SK-II. 비교대상인 SK-II 제품의 빈병을 가져오면 그 제품과 비교대상인 미샤의 에센스를 공짜로 주는 파격적인 이벤트도 실시했다.


비교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 인식이 변하면서 크게 먹혔다. 무조건 고가 브랜드를 선호하던 소비자들도 “고가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효능만 좋다면 괜찮다”라는 식으로 생각이 차츰 바뀌기 시작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 화장품 소비에서 광고보다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경험 공유가 더 큰 요소로 작용하면서 미샤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 미샤는 2011년 10월 수입 브랜드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겨냥한 '타임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선보여 재미를 봤다. 당시 미샤는 ‘SK-Ⅱ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의 공병을 가지고 오면 자사 제품을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파격적인 광고를 내보냈다.


SK-II의 빈병을 든 소비자들이 미샤 매장에 줄을 이었고 인터넷은 비교 체험에 관한 글로 뜨겁게 달궈졌다. 화장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수입 화장품과 국산 브랜드 화장품의 대결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교 마케팅을 성공적 마무리한 미샤는 2012년 두 번째 신제품을 출시하며 마케팅을 이어나갔다. “더 이상 값비싼 수입 화장품에 의존하지 않도록 당당히 경쟁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며 에스티로더의 앰플과 미샤의 제품을 비교대상으로 내걸었다. 반응은 역시나 폭발적이었다.


모방 마케팅이라는 비판 가운데서도 '비싼 수입화장품 쓰지 마세요',‘갈색병과 비교·품평해주세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가 넘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비교광고 자체가 혁신이었다”며 “과거에는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고 티를 내지 않으면서 기존 제품에 묻어가려는 성향이 강했으나 이를 미샤가 과감히 타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미투제품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사실 미투제품이라 하면 소비자한테 혼란을 초래하고 시장 질서에 방해가 돼야 하는 것인데, 소비자에게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동등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대놓고 소개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샤 터키 20호점 ⓒ에이블씨엔씨
◇ 해외 시장서도 ‘두각’…“글로벌 시장서 자신감 통했다”


미샤는 해외 시장에서도 브랜드숍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브랜드 설립 초기인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세계 화장품 시장에 도전해왔다.


현재 30개국에서 23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는 2006년에 각각 지사를 설립,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며 현지에서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최근 중국에서는 매년 매출이 20%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스페인 등 서유럽 국가에도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최초로 단독 매장을 오픈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최고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점포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에 집중하고, 유럽, 북미, 남미에서도 적극적인 신규 국가 진출 및 점포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