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볼 만해?] 박신혜·전종서 '콜', 엔딩까지 기묘한 서늘한 스릴러


입력 2020.11.26 15:06 수정 2020.11.26 15:4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999년과 2020년의 인물들의 이야기

코로나19로 극장 대신 넷플릭스 선택 아쉬움

1999년과 2020년의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며 운명을 바꾸려 한 대가는 너무 컸다. 이충현 감독의 '콜'은 과거를 바꾸면서 뒤틀려버린 1999년의 영숙(전종서)과 2020년의 서연(박신혜)의 사이가 점점 집착으로 돌변하는 과정을 112분 동안 꽉 채워 보여준다. 스릴러 영화 속 사건의 발단과 해결을 남자가 주로 해오던 것과 달리, 두 여주인공으로 내세운 '콜'은 심리적인 압박과 광기를 섬세하게 다뤄, '잘 만들어진 스릴러의 좋은 예'가 될 준비를 마쳤다.


아픈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서연은 어느 날 집에서 낯선이로부터 "빨리 우리집으로 와줘"라고 다급함이 느껴지는 전화를 받는다. 알고보니 두 사람은 20년이란 시간 차이를 두고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1999년의 영숙과 2020년의 서연은 스물 여덞살 동갑으로 유대감을 쌓으며 가정사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친해진다.


사건은 서연의 아빠가 죽기 전 날, 영숙은 사고를 막아 운명을 바꿔버리며 시작된다. 서연 역시 영숙에게 죽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다시 한 번 과거를 바꾼다. 하지만 서연은 과거를 바꾸며 영숙이 살인마가 되고, 이어 자신의 가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콜'은 과거를 바꾸려는 서연과, 미래를 바꾸려는 영숙의 대결구도가 흥미롭다. 하지만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영숙이다. 영숙이 살고 있는 1999년에는 서연이 여덞 살 어린이일 뿐이다. 어린 서연을 죽이면 현재 스물 여덞살의 서연도 사라져버리게 된다.


영화는 박신혜와 전종서를 주축으로 달려가지만, 정신이 불안정한 모습에서 광기어린 연쇄살인마가 된 오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에게 눈길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눈빛과 섬뜩한 찰나의 표정들은 그 어떤 연쇄살인마 캐릭터보다 섬광을 터뜨린다.


처음부터 전종서가 불안한 내면연기로 시선을 붙들었다면, 박신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점점 미쳐가는 서연의 변화에 주력했다. 박신혜가 가진 바르고 다정한 이미지는 초반까지 유효하나 중후반에서부터는 전종서와 함께 미쳐가는 감정 연기를 내지른다.


'콜'은 배경이 서연과 영숙이 살고 있는 같은 '집'인만큼 공간이 줄 수 있는 분위기와 공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999년 영숙이 살고 있는 집은 음산하고 눅눅한 분위기, 기괴한 구조로 미스터리함을 배가했고, 과거를 바꿔 2020년 서연이 살고 집은 모던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영숙이 나올 때는 차갑고 푸른 색감, 서연이 나올 때는 따뜻한 노란 색감을 사용해 대비를 줬다.


타임슬립, 나비효과 등 다른 타임스릴러 작품들과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두 여주인공의 서사와 연기가 탄탄히 뒷받침 돼 있어 한국 스릴러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콜'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초 극장 개봉을 연기하다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했다.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190여개 국가에 동시 공개돼 한국 스릴러의 현주소를 알릴 수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27일 넷플릭스 공개.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