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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로 본 저출산 문제…'출산율을 높이는 방법' [D:쇼트 시네마(83)]


입력 2024.07.14 14:32 수정 2024.07.14 14:3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주기우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출산율 0.83%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대한민국. 총리, 부총리, 여당 대표, 야당 대표가 모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어떤 대안도 없어 분위기가 심각해졌을 때 부총리 은택은 대학생을 결혼시켜 출산율을 높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설계 초능력자 이지애를 소개한다. 이지애는 설계한 대로 건물을 지으면 원하는 대로 되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지애의 초능력으로 대학생들이 모텔을 사용해 임신과 출산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은택의 계획이다.


얼토당토 없는 이야기에 여당 대표는 코웃음을 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총리는 부총리의 제안을 채택한다. 지애는 모든 모텔 설계권을 갖게 되고 출산율이 높아진다면 출산부 장관 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시간이 흘러 지애가 설계한 모텔에 대학생들은 홀린 듯이 들어가 출산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출산율이 12%까지 증가하자 백수였던 지애는 출산부 장관이 됐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삶의 환경은 변하지 않은 채 대학생들이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게 됐다. 대학생들은 아이를 낳느라 대학교를 중퇴해 취업이 되지 않고,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퇴사를 해야 했다.


출산율 증가로 논란이 가속화 됐고 출산율 급증에 원인으로 여겨진 출산부 장관 지애는 의문사한다. 다시 시간이 흐른 뒤 출산율이 24%까지 오르지 총리, 부총리,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는 저출산 대책 마련을 위해 다시 비밀스러운 회의를 시작한다. 이번에도 은택은 바라만 보기만 해도 불임으로 만드는 초능력자를 데려온다. 이번에도 다른 수가 없어 은택의 제안을 정부는 받아들이고, 대한민국은 그렇게 소멸했다.


'출산율은 높이는 방법'은 청년들에게 안정된 삶을 보장하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저출산이 사회적 화두가 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 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대책 강구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영화는 극중 말도 안 되는 초능력자를 데려오는 걸, 그 동안 실효성 없었던 저출산 대책에 비유해 풍자했다. 주기우 감독은 비현실적인 설정과 과장된 전개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관객들이 현실을 돌아보고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블랙코미디 장르 역할에 충실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청년들이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러닝타임 21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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