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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박경수 작가의 ‘뚜렷한’ 시선 [작가 리와인드(130)]


입력 2024.07.15 11:00 수정 2024.07.15 11:0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드라마 ‘카이스트’, ‘태왕사신기’ 등을 송지나 작가와 함께 집필한 박경수 작가는 2012년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를 단독 집필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연이어 선보이며 정치물의 대가로 거듭난 그는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으로 복귀, 정치물의 재미를 선사했다.


설경구의 첫 시리즈물로도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12부작으로, TV 드라마보다는 짧은 회차로 시청자들을 만난 박 작가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돌풍처럼 휘몰아치며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보여줬다.


◆ 정치물에서도, 멜로에서도 '현실 반영'으로 높이는 몰입감


박 작가의 첫 단독 집필작인 ‘추적자’는 17세 어린 딸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 충격에 아내까지 잃은 형사가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였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를 연기한 손현주의 연기도 화제였지만, 딸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박 작가를 향한 호평도 이어졌었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소시민의 분투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이것이 20%가 넘는 시청률로 이어지며 박 작가를 향한 팬덤 구축이 시작됐다.


이 지지는 ‘황금의 제국’과 ‘펀치’로 이어졌다. ‘추적자’가 소시민의 고군분투를 다뤘다면, ‘황금의 제국’은 판자촌 출신의 장태주(고수 분)가 재벌가에 입성해 살벌한 권력다툼을 벌이며 괴물로 변해가는 내용을 담았다. 부성애를 기반으로 좀 더 쉬운 몰입을 끌어낸 ‘추적자’와는 달리, 다소 진입장벽이 있어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이 작품 또한 재벌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었다.


성진가 식구들의 욕망부터 장태주가 괴물로 변화하는 과정까지. 입체적 인물들의 변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황금의 제국’의 강점이었다. ‘돌풍’이 국무총리 출신 대통령 박동호(설경구 분)가 세상을 뒤엎기 위해 권력자들과 맞서는 과정을 담았다면, ‘황금의 제국’은 장태주와 성진가의 대결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을 들춰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모호한 경계에 선 인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귓속말’에서는 드물게 로맨스 장르에 도전했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현실을 향한 박 작가의 시선은 뚜렷했다. 주인공 신영주(이보영 분)와 이동준(이상윤 분)은 권력과 돈을 가진 법비들과의 싸움에서 가족을 잃고, 또 살해 협박까지 당하며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결국 사건과 감정을 함께 키워나가게 된 것. 두 사람이 결국 ‘법’으로 세상을 응징하며 진정한 해피엔딩을 이뤄내는 색다른 멜로는 박 작가였기에 가능한 멜로기도 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난 ‘돌풍’은 일각에서는 ‘정치물’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정치 활극’에 가까운 작품이다. 일각에서는 현실 정치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실제 인물이 떠오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선 작품들처럼, 박 작가만의 메시지가 뚝심 있게 담겨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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