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규모 10여년전 대비 몸집 반토막...직구보다 경쟁력 낮아 회의적
다양한 자산관리 솔루션 제공, 수수료 인하 등 운용사들 자구책 마련해야
코로나 팬데믹과 유동성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바야흐로 비대면 직구시대를 맞고 있다. 공모펀드는 최근 몇년째 회복은 커녕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불똥을 맞은데 이어 올해 사상 최대로 늘어난 유동성이 직접투자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공모펀드 시장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실제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전부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은 커녕 그동안 쌓은 것이 전부다 무너질까 두렵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이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최근엔 주식형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제기된 주식형 공모펀드 활성화 개선안 중에는 펀드 개수를 줄이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펀드 설립 요건 및 기간 확대 등으로 신규 펀드 설립을 자제하고 펀드 폐지 기준을 확대해 일정 규모를 유지하지 못하면 자동 폐지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대안이 펀드시장이 더 위축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는 일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일지는 물음표다.
운용사들 내부적으로는 공모펀드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비대면 직구가 일상화된 요즘 공모펀드가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단순히 공모펀드의 수를 줄이고 덩치를 키우는 것 외에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2008년 말 주식형 공모펀드는 130조원을 웃돌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56조원 시장으로 반토막이 났다. 2008년 말 설정액 비중이 전체의 80%였던 주식형 액티브펀드는 절반이 채 안되는 40%를 밑돌고 있다. 초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공모펀드는 회복은 커녕 존재감 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기관들이 의무적으로 공모펀드를 포트폴리오에 일부 담아야한다는 의무조항 때문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글로벌 운용사들처럼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는 공모펀드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냉혹한 평가마저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공모펀드가 벤치마크 수익률을 이기는 경우가 20~30%에 불과하고 보수는 최소 1%대로 여전히 비싼 편"이라며 "이에 반해 ETF는 매수 매도가 자유로울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보수를 거의 안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ETF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서비스 제공과 맞춤형 자산서비스까지 다양하게 제공해주고 있어 굳이 투자자가 공모펀드를 찾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자사 상품의 수수료를 기존대비 50% 정도 인하하며 고객 눈높이 수준까지 크게 낮췄다. 블랙록은 '알라딘'이라는 ICT 플랫폼 회사로 탈바꿈하며 다양한 자산관리 솔루션 제공을 통한 고객 만족도에 기여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같은 파이를 나눠먹기 보다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제도 개선 방안에는 운용사가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판매중심의 문화를 자문 중심으로 바꾸고, 자산운용사 직판 플랫폼,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자산관리서비스 등을 토대로 제도개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퍼진 유동성 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상 최대 유동성이 직접 투자로 몰리고 있는 이 시점에 자산운용사들이 시대적 트렌드를 수용하며 이번 기회에 펀드 상품에 대한 인식을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