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연말 대목도 포기해야 할 상황
상반기 대출 인건비, 임대료 등 소진…“빚으로 버티는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정부의 코로나 대출을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매월 숨만 쉬어도 따박따박 나가는 임대료, 공과금 등을 버텨낼 재간이 없어서다.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3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비법인기업(자영업자) 대출은 올 3분기 말 387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 말보다 9조1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의 빚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현금창출력이 나빠지자 원재료 구매와 직원 급여, 이자비용을 비롯한 운영자금을 빚으로 충당한 결과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영업여건이 팍팍해지면서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더욱 깊어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마진이 큰 저녁 주류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매출은 물론 수익성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부는 배달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최소화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라이더가 부족해 밀려드는 주문을 전부 소화하지 못 하거나, 배달 수수료 등으로 인한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면초가’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구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집합금지업종’과 ‘집합제한업종’ 등 피해가 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임대료에 따른 차등 지급이 아닌 일괄 지급으로 현실적 대안이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컸다.
그렇다고 당장 폐업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밀린 월세 때문에 보증금은 물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권리금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카드 결제 단말기 위약금과 인테리어 원상복구 비용 등 비용 부담이 커 폐업을 결정하더라도 철거를 완전히 끝내는 순간까지 고통이 이어지게 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40대‧여)는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통해서 대출을 받았는데 폐업을 하면 그 다음달 바로 대출금을 회수해 가기 때문에 폐업을 하고 싶어도 못 한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문을 열 수 밖에 없는데 2단계로 격상되고부터는 밤 9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사히 폐업을 해도 문제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없기 때문”이라며 “애들도 곧 중학생이 되는데 일용직만 전전할 수 없지 않나. 다른 업종을 오픈하기 위해 또 대출을 받는 것도 무모한 짓”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상황은 갈수록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24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다시 한 번 격상되면서 영업시간에 제한을 받게 된 데다, 크리스마스, 송년회 등 영업손실을 만회할 연말 특수도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특히 최근 1주 평균 국내발생 확진자 수가 거리두기 2.5단계 기준인 400~500명을 충족하면서, 시름은 더 깊어졌다. 앞으로 확진자가 더 많아질 경우 추가적인 방역 단계 격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자영업자들은 내년 3월까지 시행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조치의 재연장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당초 지난 9월까지였던 만기일은 내년 3월까지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30대·여)씨는 “현재 야식 배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임대료 등만 겨우 메우고 있는데 대출 만기연장이 조치가 시행되지 않으면 당장 이자는 물론 원금상환까지 현재보다 부담이 배는 늘게 된다"며 "버텨낼 수 있는 자영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