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미래에셋캐피탈과 온라인 개인 사업자 공략
신한·우리 이어 하나은행도 신용평가모델 개발 착수
네이버가 e커머스(온라인쇼핑몰) 업계 1위인 스마트스토어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 사업자 신용대출에 뛰어들자 시중은행들도 신용평가모델을 뜯어 고치며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금융거래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기존 대출 시스템에서 벗어나 고객 데이터를 추가 수집해 대출심사를 집행하면서 은행의 핵심영역인 대출시장에서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현재 신용평가모델 개선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찾지 못한 신용점수를 추출하기 위해 머신러닝(ML) 기술을 탑재한 ‘기업 여신 통합전략모형’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기업 신용평가시스템(CSS)에 고객 리스크를 재차 측정하는 인공지능 평가모델을 더해 그동안의 통계자료에서는 찾지 못한 신용점수를 추출해 이르면 오는 2021년 말부터 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신용평가모형을 개발 중이다. 배달의 민족이 보유한 매출 데이터 등을 활용해 금융 이력이 없는 영세 소상공인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역시 내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비대면 전용 소매 신용평가모형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회초년생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신용평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평가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비금융정보 등을 활용해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경쟁력 있는 평가모형 업그레이드를 하는 동시에 우량 신규 고객에 대한 영업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여신 신용평가모델을 개선하고 나선 이유는 네이버가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과 소상공인 신용대출 서비스에 간접 진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1일 스마트스토어 입점 가맹점주 대상인 신용대출 상품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선보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사업자의 매출 흐름과 단골 비중, 고객 리뷰, 방문자 수, 반품률 등 각종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신용 등급을 매기고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대출을 내주는 구조다.
금융 이력과 사업성을 평가할 데이터가 부족해 은행 대출이 어려웠던 온라인 개인 사업자를 겨낭한 것으로, 담보·보증 일체 없이 최대 한도 5000만원, 최저 금리 연 3.2%를 제공한다.
여기에다 카카오뱅크와 내년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 뛰어들 예정인 만큼 은행과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함께 내년 하반기에 새로운 개인 사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 출범을 준비 중인 제3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 역시 1700만 토스 회원의 동의에 기반한 개인신용 정보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중신용자 대출을 위한 대안 신용 평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시장 규모도 매력적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개인 사업자 대출 차주가 보유한 대출은 806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맞물리면서 비대면 여신 신청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비대면 평가 방안 강화 필요성이 커진데다 빅테크 업체의 관련 시장 진출로 긴장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대출 영역이 은행 고유의 업무인 만큼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