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이후 영업 시간 제한 타격 커…“소문난 맛집도 휘청”
배달 수요 폭발하지만…수수료, 인건비 등 문제가 발목
“죽을 맛이죠, 뭐...”
지난 8일 저녁 강서구 화곡역 인근에 위치한 고기집에서 만난 사장 A(60대)씨는 “요즘 장사 좀 어떠냐”고 묻는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 짓도 1년 내내 하니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며 “배달이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고생 끝에 자리를 잡아 단골도 제법 늘고 유명한 연예인의 ‘인생 맛집’이라고 알려지면서 밤 낮 없이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지만, 코로나19의 파고를 넘긴 어려웠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른 저녁 장사 제한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매출은 거리두기 격상과 동시에 절반으로 뚝 떨어졌고, 아르바이트생을 다 내보내고 영업시간도 당겨보았지만 ‘영업 시간 제한’이라는 간극을 메우긴 어려웠다.
그는 “버티는 것 밖에 답이 뭐 있겠냐”며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게 가장 답답할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8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집합금지 업종인 유흥시설 다섯 종을 포함해 노래방, 실내체육시설 등 주요 자영업 업종이 대부분 ‘셧다운’ 했다. 카페는 매장 내 취식이 제한되고,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부터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첫날 거리 분위기는 그야말로 삭막했다. 음식점 실내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로 제한되면서 저녁에 손님 비중이 높은 고기집은 물론 호프집 등의 타격은 상당해 보였다. 퇴근 후 삼삼오오 술잔을 기울이던 직장인들이 모조리 자취를 감췄고, 거리는 활기마저 잃은 모습이었다.
‘집합 금지 명령’이 떨어진 노래방, 헬스장 등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인적이 끊겨 주변 상권 또한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저녁 9시가 되기도 전 간판 불을 하나 둘 끄기 시작했고, 버티다 못한 한 자영업자는 장사를 접고 ‘임대문의’를 써 붙이기도 했다.
근처에 위치한 일반 카페도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예년과 같다면 손님이 들어서는 입구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내놓고 연말 분위기를 물씬 내던 이곳이었지만, 올해는 그런 풍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카페 내부는 캄캄했고, 찾아오는 이 없이 고요했다.
그나마 근처에 위치한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타격이 덜한듯 했으나,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불만은 역시나 적지 않았다. 밀려드는 주문에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라이더 부족 현상이 극심해서다.
이곳 카페 사장은 “당분간 노트북을 들고 찾는 손님을 단 한 명도 받을수 없으니 디저트 매출도 자연스럽게 떨어질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커피라고 하면 금방 만든다고 생각해 조금만 늦어도 배달 취소를 눌러버리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불만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 분식집 사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인근 편의점부터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폐업을 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합 금지로 생기는 엄청난 마이너스를 왜 자영업자에게만 떠 넘기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코로나 규제 방향을 올 한 해 동안 보고 있으면 90% 이상 자영업자만 희생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분식집 내에서도 온도차는 컸다. 관건은 ‘배달 여부’였다. 200m 정도 떨어진 한 프랜차이즈 떡볶이 집은 야간 배달을 주로 하고 있어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 분식집 관계자는 “원래 매장 방문 손님이 거의 없었던 곳”이라며 “배달 매출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건비 때문에 섣불리 배달 서비스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자영업자도 상당했다. 배달을 위해선 추가 인력이 필요한 데다, 배달 수수료 등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배달 포화 현상에 따른 업체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고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화곡역 부근에 임대문의를 써 붙여놓은 가게 사장은 “배달을 아무리 해도 임대료,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 감당할 수가 없어 고민 끝에 내놓게 됐다”며 “다들 배달이 호황이라고 하지만 거리두기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경감할 수 있는 추가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