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이유 생각하면 野가 적극적이었어야"…부패 근절 강조
대통령·친족 감시 靑감찰관은 공석…野 동시 임명 요구 묵살
"원래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하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고, 권력 기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둔다는 명목 하에 공수처를 설립 추진했으나, 오히려 여당이 아닌 야당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한 걸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는데 법안 개정으로 신속 출범의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며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이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감회가 매우 깊다"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여,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한 건 공수처에 수사 및 기소권을 모두 부여해 권력 남용 가능성이 있고, 검찰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야당의 비토(거부)권을 무력화하면서 공수처에는 사실상 견제 수단이 없다는 것도 반대의 이유였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공수처의 본래 목적을 보면 야당이 적극적으로 찬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하는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전부터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공수처장과 함께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함께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별감찰관은 독립적으로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을 감찰하는 직제로, 이석수 전 초대 특별감찰관이 사퇴한 2016년 9월부터 공석 상태다. 지난 9월 개점 휴업 중인 특감실에서 임대료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26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부패없는 사회'를 강조하면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3일 "대통령 임기를 1년여 남겨놓은 이 시점에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부끄럽게도 공수처장 임명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면 산업통상자원부 비서관이 탈원전으로 수사받고 처벌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청와대 8개 부서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관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꼬집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