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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의 가치①] ‘드라마 중심’이었던 단막극, 매년 ‘존폐위기’로 추락


입력 2020.12.17 07:57 수정 2020.12.17 07:5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TV방송 초기 대부분 단막극…60년말 연속극 편성으로 밀려나

현재 지상파 단막극은 KBS ‘드라마 스페셜’이 유일

ⓒKBS

“매년 방송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은 프로그램을 10년이 되도록 지켜온 분들이 대단하고 고맙다”


TV 단막극은 매년이 ‘존폐위기’다. 최상열PD는 최근 KBS 드라마스페셜2020 ‘일의 기쁨과 슬픔’의 연출자로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작품성 혹은 다양한 장르의 도전이란 면에서 PD와 작가, 배우들은 단막극을 “지켜야 할 존재”라고 목소리를 내지만, “돈이 안 된다”는 상업적 논리 탓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지금과 달리 단막극이 주류를 이뤘던 때도 있다. TV 방송 초기, 최초의 TV드라마라고 불리는 ‘사형수’와 ‘천국의 문’도 단막극이다. 물론 이 당시에도 단막극이 주류에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당시 필름 가격이 비싸서 드라마를 생방송으로 방송했던 때이기 때문에 연속극을 찍기엔 위험 부담이 컸다. 실제로 1960년대 말 연속극이 편성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자 단막극은 편성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KBS 단막극의 역사는 1984년 ‘드라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전통을 자랑한 단막극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광고가 최소 20, 최대 30개 정도가 붙기도 했다. 단막극이 웬만한 프로그램보다 평균 시청률이 높아 광고가 많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1992년 봄 개편 당시에는 금요일에서 일요일로 시간대를 옮겼는데 시청률이 잘 나오기 애매했음에도, 90년대 중반까지 주부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2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청률이 저조해지며 1997년 3월 9일부터 몇 차례의 종영 위기를 맞았고 이로 인해 명칭이 ‘일요베스트’ ‘드라마시티’로 간판을 바꿔달다 결국 2008년 폐지됐다. MBC와 SBS도 각각 ‘베스트극장’ ‘오픈드라마 남과 여’로 오랜 기간 단막극을 편성했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 방송 3사 모두 단막극을 폐지했다.


‘베스트극장’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공백기를 제외하면 2007년까지 장수했지만, MBC에서 그 후로 자취를 감췄고, 6년 만인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드라마 페스티벌’로 부활했다. 하지만 상업적 드라마가 주요 시간대에 배치되면서 단막극은 편성에서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드라마 페스티벌’ 2기(2014) 작품들은 월요일 오전 9시 40분, 일요일 밤 12시 5분 등에 편성됐다. 당연히 시청률도 평균 2~3%에 머물러야 했다.


ⓒKBS

현재 지상파 단막극은 KBS ‘드라마 스페셜’이 유일하게 남아있다. KBS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2008년 3월 29일 ‘돈꽃’ 편을 마지막으로 종영된 ‘KBS 드라마시티’ 이후 명맥이 끊긴 단막극을 2년 2개월 만인 지난 2010년 ‘드라마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다만 1부작으로 된 단막극과 2~4부작 연작 시리즈를 해마다 시즌제로 번갈아 편성했고, 편성 시간대의 벽도 여전히 존재했다. 주로 토요일 밤 11시 이후, 늦게는 새벽 12시가 넘어서 편성되는 일도 있었다. 2015년에는 금요일 오후 9시 30분부터 100분 방송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단막극의 맥을 잇고 있는 KBS의 도전이었다. 당시 막장과 복수로 가득한 상업적 드라마의 범람으로 지친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당시 방송됐던 ‘바람은 소망하는 곳으로 분다’는 1부 5.2%, 2부 4.1%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을 보였다. 동시기 방송됐던 인기 프로그램인 MBC ‘나는 가수다3’의 시청률을 앞선 수치였다. 결과적으로도 좋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기존의 틀을 벗어내고 단막극의 가치를 추켜세우는 것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해는 KBS 드라마스페셜이 10주년을 맞은 해다. 매년 존폐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단막극의 가치를 힘겹게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 TV에서도 ‘드라마 스페셜’과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다. tvN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드라마 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매년 말에 단막극을 편성하고 있다. CJ ENM 오펜(O'PEN) 드라마 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개최한 전국 단막극 공모전을 통해 입장한 작품들을 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첫 시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에 초점을 맞춘 라인업을 선보였다면, 두 번째 시즌은 사회적인 통찰을 보여주는 사회파 미스터리에서부터 촌철살인의 풍자극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키워드로 묶여 방영하는 등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방송을 꾸미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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