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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통합 속도 내는데도 속타는 까닭?


입력 2020.12.17 06:30 수정 2020.12.17 08:49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원점 회귀한 송현동 부지 매각 내년으로 넘어갈 듯

HIC 매각 불투명...고용지원금 종료로 인건비 부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자료사진).ⓒ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탄력을 받던 자산 매각이 정체를 겪고 있다.


서울시와 해결 국면이었던 송현동 부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로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인해 한진인터내셔널(HIC)은 매각 시점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고용유지지원금 종료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인건비 부담 증가를 연차 소진으로 최소화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17일 항공업계와 회사측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그동안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 왔지만 송현동 부지 매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추가 유동성 확보가 차질을 빚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영난이 불거진 상황에서 국책은행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책을 이행하고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력해 왔다.


이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 매각을 통해 연내 딜 클로징(계약 완료)시 약 9906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지난달에는 해양 레저 시설 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회사가 지분 100%를 확보하고 있는 왕산레저개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칸서스·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거래대금은 1300억원으로 내년 2월경 거래가 마무리될 계획이다.


이와함께 앞서 지난 7월 제주 연동 사택을 매각해 420억원을 확보한 상태로 자회사 한국공항의 제주도 연동빌딩 등 추가 자산 매각도 추진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서울시 몽니로 송현동 부지 매각 연기...추가 유동성 확보 차질


하지만 핵심이었던 서울시 송현동 부지 매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러한 추가 유동성 확보 노력이 허사가 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자금 마련 차원에서 민간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서울시가 올해 초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 거래가 막혀 갈등이 촉발됐다.


양측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대한항공이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했고 지난 5개월간 권익위의 중재로 매각은 최종 합의에 이르는 듯 했다.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2021년 4월 30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에 합의하고 지난달 26일 매각 최종 합의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서울시

하지만 서울시가 매각 합의식을 하루 앞두고 계약 날짜를 특정하지 말고 ‘조속한 시일 내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로 문구로 변경하자는 무리한 요구를 해 오면서 합의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권익위가 계약 시점을 특정하되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다시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연내 계약 체결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용도제한을 해제하지 않으면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 말고 다른 곳에 매각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어서 추가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회사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중으로 양사 고객들의 환승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연결 탑승수속(IATCI)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통합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권익위의 수정 중재안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시기를 특정하지 말자는 요구사항을 고수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며 “송현동 부지 매각은 사실상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라며 허탈감을 토로했다.


◆ 한진인터내셔널 매각 시기 가늠 어려워...연차 소진으로 인건비 방어


당초 매각 자산으로 분류됐던 한진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로 인한 호텔·오피스 업황 악화로 매각이 일단 보류된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은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회사다. 지난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월셔 그랜드 센터를 재건축해 운영 중이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리파이낸싱(Refinancing) 지연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커지자 대한항공은 한진인터내셜널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9억5000만달러 상당의 대여 자금을 제공하는 등 유지에 전력하고 있다.


회사측은 내년 코로나19 백신 공급으로 호텔·오피스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매각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시기를 가늠할수 없는 상황이다.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대한항공

추가 자산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올해 시행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15일로 종료되면서 16일부터 직원들은 연차 소진을 통해 순환 휴직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에 맞춰 지난 4월16일부터 유급 순환휴직을 시행해 왔다.


당초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최대 6개월에서 2개월 연장되면서 순환휴직도 추가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이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연차 소진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 노사가 16일 2020년 임금 동결 및 현행 단체협약 유지와 함께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올해와 같은 조건으로 휴업하는 내용에도 합의한 것은 인건비 부담을 줄여 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이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시기와 기간이 문제일뿐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회사측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경우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최대한 버텨왔지만 현재의 업황 악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을 전망이다.


기안기금은 KDB산업은행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약 40조원 규모로 로 조성한 정책 자금이다. 지원 대상은 항공·해운업을 비롯해 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등 9개 업종으로 신청을 위해서는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약 2400억원·총 승인액 2조4000억원)과 제주항공(321억원)이 1·2호 기업으로 지원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내년 초 산은과의 협의를 통해 기안기금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의 유동성 위기를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주기돼 있다.ⓒ뉴시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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