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노조리스크'까지 발목…경영위기 '나몰라라' 파업
위기극복 '고통분담' 정신 필요…장기적 차원의 처우개선·고용안정 실현
노동계 치우친 법·제도 개정 필요…고질적 파업 원인은 '노사 불균형'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노조 리스크'는 여전했다.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는 비상시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 일부 강성노조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성과금 지불과 처우개선 방안 등 요구를 높였다. 사측이 난색을 표하자 노조들은 악화된 경영상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파업을 단행했다.
가뜩이나 전 세계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은 회사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했다. 노조는 '상생'을 요구하며 파업 깃발을 들었지만 결과는 오히려 상생을 헤치고 처우개선도 후퇴시킨 '자해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례로 한국지엠은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반복된 잔업 거부와 부분파업으로 자동차 2만5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앞서 상반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발생한 6만대의 생산 손실을 포함하면 올해 총 8만5000대의 손실이 누적됐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41만대의 20% 수준이다.
노사는 5개월간의 극심한 진통 끝에 합의안을 마련하고 지난 21일 임단협 조인식을 열었다. 그러나 노조는 생산 손실로 실질 임금에서 손해를 봤고, 사측은 생산성 저하로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되는 등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8월 상견례 이후 16번의 본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잔업 30분 복원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4주간 부분 파업을 벌였고 그동안 4만70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벌인 것은 2011년 이후 9년 연속이다.
이밖에도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제철 등 산업현장 곳곳에서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차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론은 올해 노사 협상 타결이 이뤄졌더라도 내년 연례적으로 또다시 노사갈등과 파업이 반복될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특히 재계는 '실업자·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등의 내용이 담긴 노조법 개정안 통과가 지금의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용자의 인사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해고자는 더 과격하고 대립적인 노조 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가 경영활동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회사에 악감정을 가진 해고자가 개별 기업 노조에 참여할 경우 합리적인 교섭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분풀이식 노조활동을 부추길 경우 사업장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계는 노사 양측이 대립적·갈등적 관계를 청산하고 '고통분담' 정신으로 화합을 이뤄야 장기적 차원에서 경영정상화는 물론, 노동자 처우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사가 화합해 상생을 이뤄낸 실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18일 '2020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주)케이티하이텔은 경영 위기로 2002년부터 4년 연속 구조조정이라는 시련을 겪으며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곧 노사는 분쟁이 양측에게 득 될 것이 없음을 깨달았고 2013년부터 화합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 및 매출 실적 개선에 매진했다.
노사안정기에 접어든 지난 6년간 회사의 고용은 54% 증가했고 이직률은 92% 감소했으며 청년일자리 390명 창출 등 '좋은 일자리' 확산이 이뤄졌다. 또한 사측은 다양한 휴가제도를 시행해 연 최대 59일 휴가를 제도화하는 등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상을 받은 (주)대유에이텍은 2009년 경영난 속에서 노사합의로 임금 5% 삭감과 순환 휴업을 실시해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유지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노조가 먼저 임금동결을 제안하는 등 고통분담을 통한 위기 극복에 힘썼다.
국무총리상을 받은 아진산업(주)은 1997년 경영위기 당시 '3년간 임단협 사측 위임', '노조위원장 현장근무 투입' 등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한 자구책을 시행해 상생의 초석을 마련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40% 감소했지만 구조조정 대신 현장개선활동으로 노사가 함께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사례는 비상시국 속 노조의 과감한 양보가 장기적으로 더 큰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으로 되돌아온 사례라는 평가다.
아울러 산학계는 노사 화합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노사 자체적인 노력 뿐만아니라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법·제도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조의 파업에 적극적인 대항수단이 없는 국내 기업들은 조업 손실을 막기 위해 노조의 부당한 요구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는 강성노조들의 막무가내 파업을 부추긴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은 아직도 1980년대의 전투적인 노동운동 문화가 잔존해있고, 노조가 불법적으로 사업장을 점거해도 공권력이 집행되지 않는다"며 "대부분 기업들은 해외 거래선 유지, 납기기한 준수 등의 압박을 받아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노사분규를 조기에 수습하려는 관행이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사관계 환경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과거 노조의 영향력이 미약할 때 형성된 파업문화를 여전히 신성시 하고 있다"며 "기업의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금기시해 노사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