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 베르너, 최근 9경기 연속 무득점
모호한 포지션과 슈팅 대비 저조한 득점력으로 체면 구겨
첼시가 티모 베르너의 계속된 부진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프랭크 램파드에게 지휘봉을 맡긴 첼시의 모험수는 성공적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프리미어리그 4위로 마감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첼시는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며 램파드 감독에게 힘을 실었다.
영입생들의 면모는 화려하다. 월드클래스 센터백으로 평가받는 티아구 실바를 비롯해 레프트백 벤 칠웰, 공격형 미드필더 카이 하베르츠, 하킴 지예흐, 공격수 베르너가 첼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불안한 뒷문을 단속하기 위해 골키퍼 에두아르도 멘디를 영입하며, 지난 시즌과 비교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주전 라인업을 물갈이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지난 시즌 라이프치히에서 활악하며 분데스리가 득점왕(33경기 28골)에 오른 베르너였다. 특히 한국팬들에게 그는 낯익은 얼굴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 대표로 뛰었을 뿐만 아니라 라이프치히 시절 베르너의 등번호 11번을 황희찬이 물려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5300만 유로(약 715억 원)의 높은 이적료와 1996년생의 젊은 나이로 잠재성을 지닌 베르너를 향한 첼시의 기대치는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브라이턴전에서 데뷔한 이후 리그컵 16강 토트넘전에서 4경기 만에 마수걸이 골을 신고한 베르너는 사우샘프턴과의 리그 5라운드에서 2골 1도움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후 꾸준하게 공격 포인트를 적립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베르너의 마지막 득점 경기는 지난달 8일 셰필드와의 8라운드다. 이후 공식 대회 9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리그 9경기 연속 무패(5승 4무)를 내달리던 첼시는 지난 13일 에버턴(0-1패), 16일 울버햄턴(1-2패)에 차례로 무너지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공교롭게도 베르너가 부진했던 경기들이다. 이겨야 할 경기를 모두 놓치며 선두권 도약에 실패한 첼시는 5위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베르너의 골 결정력 난조가 심각하다. 그는 올 시즌 리그에서 36개의 슈팅을 시도해 겨우 4골에 머물렀다. 손흥민이 25개의 슈팅으로 11골을 넣은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또, 베르너는 무려 8회의 빅 찬스 미스를 범했다.
슈팅을 하기에 앞서 퍼스트 터치가 매우 불안하며, 슈팅 정확도와 파워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라이프치히 시절 통산 159경기 95골의 골 결정력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베르너의 장점이라면 멀티 능력이다. 최전방 원톱과 좌우 윙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빠른 주력과 뒷공간 침투가 뛰어나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포지션에서 확실하게 정착했다고 보기 어렵다. 원톱에서는 파워와 제공권, 골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이 크고, 측면으로 놓자니 기술적으로 완숙미가 떨어진다.
최근 램파드 감독은 베르너의 득점력 저하와 관련해 "지난 수년 동안 많은 골을 넣었다. 우리가 그를 영입한 이유다. 새로운 리그에 온 선수이고,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라며 "지금은 팀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옹호했다.
램파드 감독은 메이슨 마운트를 중앙 미드필더의 한 자리에 정착시킨 것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스리톱과 중앙 미드필드 조합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르너가 원톱 위치에서 기대만큼의 파괴력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다시금 지루, 에이브러햄의 선발 기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베르너, 하베르츠, 지예흐, 풀리식 등 많은 공격 자원의 교통정리를 말끔하게 끝내는 것이 램파드 감독과 첼시에 주어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