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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임기 5개월 남기고 '금감원 독립론' 숙원 풀까


입력 2020.12.30 06:00 수정 2020.12.30 13:4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금융위 자극할라" 물밑서 '독립강화 방안' 청사진 구상중

'정부개편'까지도 고려 대상…임기중 매듭짓긴 쉽지 않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학자시절부터 소신인 '금감원 독립론'에 박차 가하고 있다. 윤 원장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 이어 최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듭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꺼내들었다. 자신의 임기인 내년 5월까지 청사진을 그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윤 원장을 중심으로 독립성 강화 방안을 구상하는 물밑 작업에 돌입했다. 당초 윤 원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여당측 인사들과 '감독 업무의 독립성 강화'를 주제로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이후 국회와 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초 금감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독립성 강화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윤 원장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독립성 강화 방안을 자신 있게 말해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상황인 줄 알았는데, 아직 새로운 안을 준비해 둔 것은 아니었다"면서 "금융당국 내에 부담도 있으니,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더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회에 독립성 강화 방안을 보고할 수준까지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금감원 입장에선 독립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반대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에서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 검사와 감독을 담당하며 예산과 결산 승인도 금융위를 거쳐야 한다. 그만큼 물밑에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친 뒤 최종방안을 마련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크게 보면 정부 조직개편까지도 고려해야하는 무거운 사안"이라며 "누구 한명이 추진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공개적으로 독립방안을 추진하면 금융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조용히 준비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꺼내서 일사천리로 처리해야 해볼만 하다"며 "윤 원장 임기 중에 한번 때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물밑서 독립선언서 쓰는 금감원…"윤석헌 의욕 과하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안을 둘러싼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선 윤 원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간 독립론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윤 원장은 예산 편성과 인사 권한을 금융위로부터 분리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은 위원장은 "금감원 예산은 누군가는 승인 등 감시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며 독립성 하고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윤 원장은 학자시절부터 금융위에 집중된 금융산업 진흥정책(액셀)과 감독정책(브레이크) 분리를 골자로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주장해왔다. 금융위가 금융 산업의 진흥과 감독을 모두 관장하면서 대규모 금융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윤 원장의 시각이다. 이에 금융위는 '엑셀과 브레이크를 한 사람이 밟아야 안전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금융권에선 윤 원장이 임기 중에 금감원 독립 방안을 매듭짓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금융위를 뛰어넘어 정부와 정치권의 동의를 얻기 위해선 여론의 지지가 필요한데, 현재 금감원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냉랭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비롯한 각종 금융사고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금융시장 내에서도 금감원 독립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부실 관리‧감독 문제로 촉발된 사모펀드 사태가 올해 금융시장과 정치권까지 흔들어 놓지 않았나"라며 "금감원 직원이 펀드사태에 연루돼 검찰조사까지 받은 상황에서 독립을 주장하면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 원장이 임기를 앞두고 뭔가 남기려는 의욕이 너무 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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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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