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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 참사, 이것도 나라인가


입력 2020.12.30 08:30 수정 2020.12.30 11:13        데스크 (desk@dailian.co.kr)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의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 의무

문재인 대통령, 오로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몰두

추미애 장관, 서울시 등과 책임 전가 싸움만 벌이고 있어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233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761명으로 집계된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에는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적혀있다.ⓒ뉴시스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 “신문 언론 서신 다 차단 외부 단절 식사(도시락) 못 먹음” 등등ᆢ


‘코로나 지옥’의 아비규환(阿鼻叫喚)에 빠진 서울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의 목숨을 건 절박한 외침이다. 인권유린의 처참한 비극적 현장에서 “살려달라”며 쪽지를 창살 밖으로 흔드는 재소자들의 처절한 외침이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가라앉기 전 학생들이 “아이 있어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절박한 구조의 목소리와 무엇이 다른가. 선장과 선원이 수백 명의 학생과 승객을 침몰하는 배에 버려놓고 도망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필사적 구조를 바라는 처절한 외침과 무엇이 다른가.


이것이 과연 현 정권이 입만 열만 강조하는 ‘나라다운 나라’인가. 이것이 과연 지금까지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추진하는 ‘사람이 먼저’인 정권의 모습인가. 이것이 과연 거액의 혈세로 자화자찬의 영상을 찍고 다큐멘터리까지 만드는 ‘K방역’의 본모습인가.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의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 의무다.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존립 근거다. 그런데 지금 동부구치소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지난달 27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9일 현재 762명의 확진자(직원 및 가족 포함, 전체 수용자의 30%)가 나와 단일 시설로는 최다 확진자를 쏟아냈다. 급기야 29일 첫 사망자까지 나와 최악의 방역 실패 사례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 72시간, 구조의 골든타임 동안 정부는 어디에 있었냐고 그렇게 비판하던 현 정권은 과연 ‘코로나 확산 방지의 골든타임’을 지켰는가. 초기부터 긴급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교정시설 내 감염증의 유입 및 확산 차단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수용자들이 밀집 생활하는 구치소는 대표적인 감염취약 시설이며, 그중 동부구치소는 3밀(밀집·밀접·밀폐) 구조의 아파트형 빌딩, 불량한 환기 시스템, 수용정원을 초과한 높은 수용밀도 등으로 가장 취약하다. 그만큼 엄격한 방역 조치가 필요한 시설이다.


그러나 구치소 측은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재소자들에게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것이 과연 방역 홍보에 천문학적인 거액을 쓰는 정권이 할 변명인가. 이것이 과연 북한엔 우리도 아직 확보 못한 백신을 보내겠다는 정권이 할 소리인가.


또한 구치소 측은 한방에 최대 10명 가까이 수용했다. 아무리 죄를 지은 재소자도 최소한의 인권이 있는데 어떻게 비좁은 방에 숨도 쉴 수 없도록 과밀 수용을 할 수 있는가. 밖에서는 2m 거리 두기하고 5인 이상은 모이지도 말라면서 이렇게 과밀 수용을 하는 건 재소자는 병 걸려서 죽어도 좋다는 것인가.


특히 구치소 측은 지난 5일 두 번째 확진자가 나와 집단감염으로 번질 조짐이 보였을 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 18일이 돼서야 전수조사를 했다. 이 기간 동안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잠복기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확진자가 더 나올 수 있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동부구치소 감독 기구는 법무부고, 법무부의 감독 기구는 청와대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은 오로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에만 몰두했지 수용자와 국민의 안전은 눈곱만큼도 안중에 없었다. 탈원전, 송철호 부정선거, 라임·옵티머스 등 부정과 불법으로 위기에 처한 정권을 지키는 데만 정신이 팔려 정작 재소자 관리,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엔 태무심(殆無心)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가 일평균 1000명대의 확진자를 기록하는 동안 미국은 일 평균 23만명을 기록했다.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끝까지 자화자찬만 했지 과연 어떠한 신속한 조치를 취했는가. 이야말로 현 정권이 세월호 당시 그토록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명조끼 발언’보다 더한 황당한 발언 아닌가.


주무 장관으로 무한책임을 져야 할 추 장관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구치소에서 바이러스가 퍼진 시기는 추 장관이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를 시작으로 지난 16일 정직 의결까지 윤 총장 찍어내기에 매달린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기간 추 장관은 이육사, 정호승 등 온갖 시인들을 인용하며 윤 총장을 비난하는 글만 올렸지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에 관해 단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29일 첫 사망자가 나오자 마지못해 동부구치소에 얼굴을 비쳤을 뿐 당일 오전 특별사면을 발표할 때도 기자단의 관련 질문에 한마디도 답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서울시 등과 서로 책임 전가의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것이 과연 법무 행정의 최고책임자로 자처하며 “윤 총장이 내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겸허히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등 ‘왕조시대의 법무장관’ 행세를 했던 추 장관이 취할 태도인가.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번 사태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수용자가 대부분이라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밝힌 것도 큰 문제다. 요양시설 집단발병 사례처럼 직원, 면회자 등을 통한 외부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교도관과 그 가족들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고, 또한 재판 출석을 통해 얼마든지 전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세월호보다 훨씬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하여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에겐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을 끊임없이 강요해 놓고, 정작 정부가 직접 책임져야 할 방역에서는 아예 손을 놓은 무능과 직무 태만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 안전’보다 ‘정권 안전’에 치중한 정권을 끝까지 심판해야 한다.


먼저 추 장관을 포함해 교정 시설 책임자들은 구치소 집단감염을 방치한 심각한 직무유기에 대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문 대통령도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당연히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윤 총장 제거를 위해 들인 노력의 100분의 1만 구치소 집단감염에 쏟았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언제 우리 사회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후진성을 벗어나 국가를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선진 사회가 될지 참으로 암울하다. 추 장관은 ‘코로나 사과’ 대신 “윤 총장에 대한 법원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적었지만 국민은 ‘현 정권의 무능과 위선, 아시타비(我是他非), 내로남불의 행태’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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