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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합의했다" 발표했는데 모더나 "논의중"… 국민 혼란만


입력 2020.12.31 10:50 수정 2020.12.31 11:05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정부 내년 4월, 모더나 2분기" 공급시기 명시 안 됐는데

최종계약 전 앞서 나간 발표라는 지적 제기돼

위탁생산업체로는 GC녹십자·한미약품·SK바이오사이언스 유력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2000만명분의 코로나 백신 공급에 "합의했다"는 청와대 발표와 달리 모더나는 "논의 중"이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자료사진) ⓒ청와대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2000만명분의 코로나 백신 공급에 "합의했다"는 청와대 발표와 달리 모더나는 "논의 중"이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백신 공급 계약과 관련해 다소 앞서 나간 발표를 내놓으면서 국민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더나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회사는 가능한 한 빨리 국민들에게 백신을 공급하려는 한국의 목표를 지원하고자 4000만 도즈(1회 접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논의 중이다(Company is engaged in discussions with the government of South Korea to potentially provide 40 million or more doses of the Moderna COVID-19 Vaccine to support South Korea’s aim of providing vaccines to the public as soon as possible)"고 밝혔다.


모더나는 또 "제안된 합의에 따라 2021년 2분기에 배급이 시작될 것(Under the terms of the proposed agreement, distribution would begin in the second quarter of 2021)"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날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스테반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와 27분간 통화한 결과 "우리나라에 2000만명 분량인 4000만 도즈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직 정확히 확정된 게 없다는 모더나 측 발표와는 온도차가 있다.


모더나는 "논의를 확인한다(confirms discussions)'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부는 이를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앞서 모더나는 지난 8월 미국과의 백신 공급계약 체결 사실이 발표할 당시 "공급 계약을 발표한다(announces supply agreement)"는 표현을 썼고, 지난 14일 싱가포르 때도 "공급 계약을 확인한다(Confirms Supply Agreement)"고 명확하게 표현했다.


청와대의 섣부른 발표는 지난 8월 일본 정부가 "모더나와 현재 교섭을 진행 중인 상태"라며 신중하게 발표했다가 약 두 달 후인 10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것과도 대조적이다.


다만 청와대도 문 대통령과 반셀 CEO의 통화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아직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설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합의에 따라 정부와 모더나는 백신 공급 계약을 연내 체결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을 맡을 곳으로 GC녹십자와 한미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청와대 "모더나가 먼저 한국서 생산 제안"… 위탁업체 누가 될까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반셀 CEO는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바이오 신약개발을 중시하고 있고 한국 대기업이 강력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잘 안다"면서 "생산 역량이 부족했는데 (한국) 위탁생산 시 대규모 생산 능력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을 맡을 곳으로 GC녹십자와 한미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GC녹십자는 지난 10월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5억명이 접종할 수 있는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완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모더나도 CEPI에 포함돼 있다. GC녹십자가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을 맡게 된다면 오창 생산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을 맡을 정도로 기술력이 입증된 기업이다. 또 CEPI와의 계약에 따라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항원 개발과 생산, 글로벌 공급에 대한 CDMO 계약을 체결해 생산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mRNA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 평택공장은 2만 리터의 미생물 배양·정제 시설은 물론 주사제 완제품 생산을 위한 충진 시설까지 갖췄다. 이곳에서는 연간 최대 10억 도즈(1회 접종분) 물량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회사는 이미 몇몇 백신 업체와 위탁생산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의 경우 일반 바이오의약품과는 달리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데다 mRNA 방식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추가 설비가 필요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은 유전자 백신을 생산한 적이 없고 현재 수주 물량만으로도 공장이 바쁜 상황이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나 한미약품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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