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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다시 뛰는 스포츠④] ‘SK→삼성→두산→?’ 왕조 탄생일까, 안개 정국일까


입력 2021.01.02 10:49 수정 2021.01.02 18:14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적절한 투자와 '원팀' 전력 구축하며 창단 첫 우승

두산 비롯한 대항마들, NC 왕조 저지하기 위해 나서

2020시즌 창단 첫 우승에 도달한 NC. ⓒ 뉴시스

지난해 KBO리그는 NC 다이노스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 새로운 왕조 탄생의 초석을 다졌다.


2011년 창단한 NC는 2년 뒤인 2013년부터 본격 1군 무대에 발을 디뎠고 역대 최단기 타이인 8년 만에 우승에 도달하며 역사를 썼다. 앞서 최단기 우승은 2000년 창단해 2007년 첫 우승을 차지한 SK 와이번스였다.


하지만 쌍방울 선수들을 인계해 1군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했던 SK와 달리 NC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구단이다. NC의 성공에는 김택진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과 코칭스태프의 지도력, 선수들의 열정 등 삼박자가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NC의 우승은 KBO리그에 많은 의미를 남겼다. 팀 내 육성 정책보다 필요한 포지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공식이 입증됐고, 이는 다시 한 번 FA 시장이 불붙는 효과로 이어졌다.


2021시즌 KBO리그는 챔피언 자리를 지키려는 NC와 이를 빼앗으려는 9개 구단의 각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왕조 탄생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40년 가까운 역사의 KBO리그는 총 5번의 왕조를 만들어냈다.


첫 번째 왕조였던 해태는 김응용 감독의 지휘 아래 1986년부터 4년 연속 정상에 올랐고, 이후 1993년까지 징검다리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자로 군림했다.


2대 왕조라 불리는 현대의 경우 1998년부터 2004년까지 4회 우승을 차지했으나 1999년 포스트시즌 탈락, 그리고 2000년과 2003년 우승 사이의 2년 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2000시즌, 역대 최고 승률의 역사를 쓰며 하나의 왕조로 인정받는다.


KBO 한국시리즈는 2000년부터 무려 21년간 두산, SK, 삼성 중 한 팀이 꼬박 출전하고 있다. ⓒ 데일리안 스포츠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SK 왕조의 깃발이 펄럭였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짜내기 야구’는 그야말로 상대를 압살을 했기에 공공의 적으로 불렸고 4년간 3회 우승, 1회 준우승의 성과를 내며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SK 왕조가 끝나자마자 삼성이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삼성은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 및 4년 연속 통합 우승 등 이견이 없는 역대 최강의 왕조로 평가 받는다.


두산도 왕조로서 모자람이 없다. 2015년 기적적인 업셋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2016년과 2019년, 총 3번의 우승을 맛봤고 같은 기간 3번의 준우승을 더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업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비록 NC에 패퇴했으나, 다가올 시즌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에 오른다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KBO리그에서 왕조로 불린 팀의 공통점은 ‘연속성’과 ‘압도’라는 두 가지 필요조건을 동시 충족했을 때였다.


이제 막 첫 우승에 발을 내민 NC는 특급 안방마님 양의지가 캡틴 역할을 맡으며 팀의 중심으로 완벽히 녹아들었다. 여기에 두산 왕조 시절 축적했던 노하우는 고스란히 NC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와 기량 향상의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동욱 감독은 기존 왕조를 이뤘던 사령탑들과는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인물이다. 해태 김응용, SK 김성근, 두산 김태형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했고, 삼성 류중일 감독이 덕장의 이미지를 갖췄다면, 이동욱 감독은 오히려 한 발 뒤로 물러서 선수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지도자다.


KBO리그 역대 왕조. ⓒ 데일리안 스포츠

이동욱 감독의 이와 같은 지도 스타일은 데이터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현대 야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코치진들과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점 역시 이동욱 감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NC에는 현역 시절 팀에 몸담았던 이호준, 이종욱 코치들이 선수들과 한데 어우러져 ‘원 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NC 아성에 도전할 강력한 후보는 역시나 왕조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모기업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겨울 FA 허경민과 정수빈에게 거액을 투자하며 붙들기에 성공했다.


그동안 김현수와 양의지, 민병헌 등 왕조를 이뤘던 적지 않은 수의 핵심 멤버들이 팀을 떠났으나 두산은 보란 듯이 ‘미라클’을 이루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SK와 삼성, 두산 왕조로 이어지는 동안 유일하게 이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우승에 도달했던 KIA와 최근 급격한 추락으로 부침이 심했던 SK,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에도 매년 가을 야구에 진출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까지 왕좌에 도전할 후보들이 상당하다.


2021년 KBO리그의 판도가 NC의 초강세 유지로 새로운 왕조의 탄생을 알릴지, 두산을 비롯한 경쟁팀들의 견제로 난전 양상이 펼쳐질지, 야구팬들의 기대감이 다가올 봄으로 향하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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