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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픽] 때로는 과거로, 또 미래로…시간여행 작가 김유준


입력 2021.01.01 14:06 수정 2021.03.03 22:55        데스크 (desk@dailian.co.kr)

나의 하늘 이야기-8, 2017 ⓒ갤러리K 제공

이름보다 작품이 더 알려진 김유준 작가는 ‘나의 하늘 이야기’ 시리즈로 유명하다.


“하늘을 그리고자 함이 아니라 자연의 순환 감촉을 느껴 보려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우주 삼라만상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한 몸, 한 생명이며 인간 역시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연과 인간의 상생’이 작품의 화두임이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유준 작가의 작품들은 시간과 기억 속으로 자유롭게 마치 발 가는 대로 여행하듯이 그림을 통해 시간을 초월해 기억들을 합성하고 하나의 가상 세계를 연출한다. 유년시절에 경험했던 진한 추억들이 작품을 통해 다시 생명력을 얻어 ‘재생’된다.


작가는 말한다, 예술은 기법이나 기술보다 꿈이 중요하다. 이미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상상력이어야 하며 새로운 상상력을 일어나게 해야 한다, 다양한 감수성을 끌어내는 작품의 역할을 다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양한 해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한도를 따라가는 시간여행 16-2, 2016 ⓒ갤러리K 제공

하늘 이야기 시리즈에 자주 다뤄지는 소재인 원은 점이다. 이 점을 통해 ‘왜’라는 사고를 시작한다. 원은 모든 만물의 근원이며 온 우주를 담고 있다. 결국, 우리는 하늘과 땅 가운데 해, 달, 별, 구름이 되어 다시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대자연을 소재로 생명의 신비로움을 그려온 그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인간과 자연의 상생, 그리고 형상화의 맥락을 십여 년간 추구한 작가의 기억 속 시간여행을 즐기는 듯한 작품은 경이로운 자연 세계를 연출, 화면 전체에 평화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유년의 추억 중 숨 쉬는 자연에 대한 기억, 그 속의 별, 달, 해 등의 이미지를 작품 속에 배치해 신비로운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가 다루는 소재는 우리가 어린 시절 보고 느낀, 친근하게 숨 쉬는 신비한 자연의 세계다. 삼라만상이 하나가 되는 합일의 세계이기도 하며,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기본 명제로 한다.


나의 하늘 이야기 18-51, 2018 ⓒ갤러리K 제공

위 작품은 소나무를 중심으로 한국적 자연을 화폭에 옮겨 담았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민화풍의 분위기로 표현한다. 산보다 훨씬 높이 자라는 소나무가 대표적 예다.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아크릴에 철판을 연마할 때 쓰는 금분을 첨가하거나 돌가루 또는 금강사나 규사, 대리석 가루 등을 혼합한 안료를 여러 번 덧칠해 표현된 두텁고 꺼끌꺼끌한 질감은 자연의 오묘한 맛을 더욱 깊게 한다.


김유준 작가의 작품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무, 꽃, 돌, 기호, 숫자 등의 소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지표가 되어 준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추억, 기억, 예감, 기대와 같은 내면적 삶을 채우는 중요한 것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개별 단위의 이 소재들은 서로 조화롭게 이웃하여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어우러짐이 곧 상생의 세계이다.


김유준 작가 ⓒ데일리안 DB

“인간이 이성의 잣대로 자연을 해석하고 인과율의 법칙을 파악했다지만 실제로 나아진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달을 정복한 그 순간 우리는 달에 관한 꿈과 정서를 상실해 버렸고, 이제 자연은 우리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인간 스스로 자연의 일부분이라 했으나 이제 우리가 주인임을 자처하면서 인간화된 자연을 보고 놀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이 물음을 통해 제도와 합리화가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원인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따라서 작가는 제도와 합리화가 시행되기 이전의 세계를 작품을 통해 엿보게 함으로써 합리화된 세계와 대질시킬 필요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시간-기억 24, 2019 ⓒ갤러리K 제공

새로움을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본능이다. 새로움을 생각하고 꿈을 꾸는 것은 원초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수수께끼를 푸는 상상과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하고, 이 호기심은 늘 새로움을 선물한다. 김유준 작가의 작품에 기대어 보다 많은 이들이 원초적 본능을 충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유준 작가/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겸임교수, (사)한국미협 양평지부 회장, 인천광역시 건축물 미술품 심의위원. 2019 갤러리아트셀시 기획초대 개인전(서울), KIAF(코엑스, 서울), 2018한일미술교류전(시바타시청전시실, 일본), 2017 갤러리아트셀시 기획초대 개인전(서울), 2016 표갤러리 기획초대 초대 개인전(서울), 양평의 미술가들(양평군립미술관, 양평) 등 다수의 전시 이력. ‘나의 하늘 이야기’ 초대전 2016년부터 6회째 진행 중.


글/김지웅 갤러리K 아트딜러 jwkims7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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