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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로 숨진 16개월 정인이 잠든 쓸쓸한 묘지 온기 나눈 시민들


입력 2021.01.01 18:32 수정 2021.01.01 21:59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정인 양이 잠든 수목장 초기 모습ⓒ보배드림 캡처

양부모로부터 학대당해 숨진 생후 16개월 정인 양이 잠든 쓸쓸한 묘지에 시민들이 찾아와 온기를 전한 근황이 공개됐다.


1일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장례식에 3000원 쓴 부부'라는 제목의 글이 정인 양의 묘지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정인 양이 잠든 경기도 양평군 사종면에 있는 한 수목장에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안율하'라는 이름이 적힌 비석, 관리가 안 돼 시들어버린 꽃이 심어진 작은 화분, 생전 정인 양이 웃고 있는 사진이 담긴 액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액자는 물에 젖은 채 방치돼 있다.


정인 양이 잠든 수목장 초기 모습ⓒ보배드림 캡처

작성자는 "수목장이라고 하기에는 그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며 "이들 부부가 아이를 죽이고 장례에 들인 비용은 다이소 액자 구매에 쓴 3000원이 전부였다"고 적었다.


그는 "정인이가 잠든 안데르센 공원묘지는 소아암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장지로 장례부터 안장까지 모두 무료로 진행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인이가 소아암 환자가 아닌데도 왜 이곳에 정인이를 두었을까"라며 "한편 이들 부부는 아기를 잔혹하게 학대하면서도 아이 앞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매월 꼬박꼬박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이들 부부는 정인 양을 입양한 뒤 입양축하금 100만 원을 받고 매달 아동 수당 10만 원과 입양 아동에게 지급되는 수당 15만 원 총 25만 원을 받아왔다. 이들은 이사해 5월부터는 입주하게 된 지역구에서도 최근까지 매달 25만 원씩 수당까지 받아 챙겼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양엄마 장모씨가 친딸(오른쪽) 117일 경에 입혔던 옷을 입고 있는 정인 양(왼쪽)ⓒ보배드림

작성자는 "입양 후 찍은 정인이는 대부분 첫째인 친딸이 입던 옷을 입고 있다"며 "정인이 몫으로 나오는 수당으로 정인이에게 해준 것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사진 속 정인이는 목이 늘어난 후줄근한 흰색 티를 입고 있다"며 "위아래 이가 8개 밖에 없는 아기임에도 장기간의 굶주림으로 젖살이 빠져 마치 3~4살 유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 부부가 어디인지 찾기도 힘든, 알려지지도 않은 이곳에 아이를 안치한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1달 동안 방문객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들이 정인 양이 잠든 수목장을 찾아 온기를 나눴다.


정인 양이 잠든 수목장 최근 모습ⓒ보배드림 캡처

작성자는 "이제는 관리가 어려울 만큼 선물들이 많아졌다"며 "며칠 전에는 대전에 계시는 좋은 분께서 정인이를 위한 물품 정리함을 제작해 주변을 곱게 정리해줬다"고 근황을 전했다.


앞서 정인 양은 입양된 지 9개월 만에 숨졌다. 양엄마 장모씨는 정인 양을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지난 10월 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숨진 정인 양은 소장과 대장, 췌장 등 장기들이 손상돼 있었으며 이로 인한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밥을 먹지 않는 정인 양에 화가 나 정인 양의 배를 때리고, 들어 올려 흔들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엄마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지난 14일 "16개월 입양아 양모를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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