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사면론에 여권 사분오열
'환영' 야권은 '강 건너 불구경' 하게 됐다
"여권 분열 일으킬 수 있는 사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안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여권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총선을 거치며 사실상 '친박' 계파가 사라진 야권에서는 짐짓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이 대표의 '사면론'이 여권 내부의 분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내부에서는 중진부터 초선에 이르기까지 사면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면 이야기를 왜 공개적으로 하느냐는 반발까지 나왔다.
5선 중진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중죄를 지어 감옥 간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사과나 반성이 없는데 사면복권을 거론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은 두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면 그야말로 정치적 탄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도 "시기적으로도 내용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며 "탄핵과 사법처리가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도 있는 데다 자칫 국론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 역시 "용서와 관용은 가해자의 몫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오로지 피해자와 국민의 몫이다"며 "프랑스가 '똘레랑스'(관용)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치부역자를 끝까지 추적해 철저히 처벌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박주민 의원도 "사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이냐"며 "우리 역사를 그렇게 과거로 돌리려 했으나 아직 일말의 반성조차 안 하는 사람들을 위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선 의원인 김남국·김용민 의원도 이 대표의 뜻에 반대한다고 했다. 김남국 의원은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서 보듯이 반성 없는 사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면은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됐다"고 했고, 김용민 의원은 "박근혜, 이명박 사면은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행태를 직접적으로 질타하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20대 총선정책부단장을 지냈던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왜 사면 건의를 공개적으로 하나"라며 "건의를 해도 대통령을 위하는 사람이라면 사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주 최고위원은 "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 유력 후보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건의한 뒤 만약 대통령이 사면 한다면 마치 이낙연씨가 건의해서 된 것처럼 보이게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일부 민주당 권리당원은 아예 이 대표에 등을 돌렸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누구 마음대로 사면을 요청하느냐", "문재인 대통령 등에 칼을 제대로 꽂았다", "대통령 하겠다는 욕심에 적폐들과 손잡았다"는 등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반면 사실상 '친박' 계파가 자취를 감춘 야권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상황이 됐다. 사면론 제기 직후 야권 일각에서 이 대표가 내년 4월 선거를 앞두고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여권 내부 분란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개혁보수'를 표방하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이 '찬성'의 뜻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사면은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대한민국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도 전직 대통령 문제는 이제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심판과 정치적 평가는 이미 명백하게 내려졌다. 사면을 받는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평가가 바뀔 수도 없다"며 "이낙연 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여당 대표의 사면론 제기는 분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상의, 조율, 이해를 얻고 한 행위겠지만, 이 건으로 이 대표는 친문, 친노 강성 지지자에게 버림받을 수 있겠다"며 "야권의 분열보다 여권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