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백신 올해 말 개발… 치료제는 연내 상용화 기대
백신주권 지키기 위해 정부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신축년 새해가 밝았는데도 좀처럼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초불확실성' 시대라고 불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선 토종 백신과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우선 백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백신주권'이 곧 국력을 재는 척도가 될 것이며 세계질서까지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6일 기준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은 6개, 치료제는 15개다.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등이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4일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임상시험 1·2상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고령자를 대상으로 해당 백신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해 5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을 진행해왔다.
GBP510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재조합 백신으로, 백신의 표면항원 단백질이 면역세포를 자극해 중화항체를 형성하고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미국 제약사 노바벡스가 임상 중인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원리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11월 임상 1상을 승인 받은 'NBP2001'과는 다른 원리의 백신이다. NBP2001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 단백질로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GBP510는 표면 항원 단백질이 나노구조를 형성하는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차이가 있다.
제넥신, 셀리드, 진원생명과학도 코로나19 백신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제넥신은 백신 후보물질을 'GX-19'에서 'GX-19N'로 교체하는 바람에 임상 결과 도출 시기가 애초 계획보다 조금 늦어질 전망이다. 셀리드는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의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안전성·면역원성을 확인하고, 2a상에서는 120명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안전성·면역원성을 평가한다.
방역당국은 빨라야 올해 말쯤 국산 백신이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백신 개발에 축적된 시간이나 경험이 일천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2021년 하반기까지 자체 국산 백신 임상 3상까지 완료를 목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백신 개발까지 일 년 가까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에서 백신을 들여와 신속하고 안전하게 국민들에게 접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서서 코로나19 백신 5600만명 분량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오는 2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을 시작으로 제때 공급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올 연말에 겨울 대유행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최소한 올해 10월까지는 전 국민의 백신 접종을 마무리하고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종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성공 '성큼'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셀트리온, GC녹십자, 부광약품, 엔지켐 생명과학,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제넥신, 대웅제약, 뉴젠 테라퓨틱스, 동화약품 등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정부는 줄곧 "코로나19 백신보다는 치료제 사용부터 먼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쳐왔다.
실제로 백신보다는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식약처는 최근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960㎎'에 대한 허가 심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기존 품목허가 처리기간(180일 이상)을 단축해 40일 이내에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어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2월에는 승인 여부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국내 허가 신청 외에도 해외 긴급사용승인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FDA 및 유럽 EMA(유럽의약품청)와 이번 임상 2상 결과 데이터를 상세히 공유하면서 승인신청서 제출 관련 협의를 개시하고 이달 중 이들 국가 대부분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메실레이트)'과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를 병용해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은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시험 실시기관은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목표 대상자 수는 1072명이다. 해당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경우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은 우리나라가 좀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치료제 만큼은 해외 제약사와 비교해서도 늦지 않았다"면서 "올해 안에 개발을 마무리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좀 더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