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 불가피" 개미 반발에 정치권 "공매도 검토" 압박
금융위 "3월 15일 종료 목표" 교통정리…'정치논리'에 고심
코스피가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3월 공매도를 예정대로 재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증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거센 반발 예고하고 있다.
이에 표심 냄새를 맡은 정치권도 "공매도 재개를 검토하라"며 금융당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여야 할 자본시장마저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3월 16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 등을 포함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공지를 통해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 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국회에 출석해 "3월15일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급락장에서 6개월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린데 이어 '동학개미들의 성화'에 추가로 올해 3월까지 금지 조치를 연장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문제는 정권과 정치권의 개입이다. 특히 정부는 코스피 3000시대 진입을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K방역으로 이뤄낸 경제성과로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이 패닝바잉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 자본시장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주가 3000시대를 열며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치하했고,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도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우리 경제와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역대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직'걸고 자본시장 사수해야 하는 상황"
금융당국 입장에선 시장논리에 따른 접근이 아닌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 조정에 따른 '정치적 한파'를 견딜 수 있을지 따져봐야하는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선 공매도 재개 후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상승장을 지난해 3월부터 실시된 공매도 금지의 효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공매도 재개를 전후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 금융당국이 '개미들의 원흉'으로 지목될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 번진 과잉열기를 감안하면 공매도 재개를 전후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대규모 규탄시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금융위가 들어선 정부서울청사 앞에선 "공매도 폐지하라"는 1인 시위가 지난해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공매도 논란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 금융당국 수장 자리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동안 정책 실패나 사회적 파문이 확산하면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 꼬리자르기를 해왔던 정부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과 책임자들이 직을 걸고 자본시장 질서를 지켜야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금융시장"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더욱이 공매도 재개 여부가 결정되는 3월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인 만큼 동학개미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입김이 어느때보다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공매도 전면 폐지하라", "공매도 세력 놔두는 금융위원장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 공매도의 순기능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매도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만큼 3월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시장이 단기과열 국면을 보이는 가운데 공매도 금지를 그대로 두는 것은 버블을 부추길 위험성이 크다"며 "지금 당장 공매도를 시행해도 괜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