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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준금리 동결 모드…자산버블 해법 '미궁'


입력 2021.01.18 05:00 수정 2021.01.18 16:1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코로나發 경기 침체 장기화…올해 내내 기준금리 동결 전망

유동성 확대에 빚투만 '들썩'…"생산적 금융 위한 정책 시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이 새해 들어 장기화 모드로 진입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금의 제로금리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의 기준금리 회복 논의는 빨라도 내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지속되는 저금리 속에서 기대했던 실물경기 회복 대신 자산 버블만 증폭되는 악순환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달 열린 새해 첫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다섯 번째 동결 결정이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지속하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세 차례에 걸쳐 당초 1.25%였던 기준금리를 0.50%포인트까지 인하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진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거시경제지표 분석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한은이 올해 말까지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부터는 기준금리를 서서히 올려 1.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봤다. 기준금리 1.25%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 수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경기 여건과 금융 불안정성 여건 모두 금통위의 정책 변화를 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김한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첫 금통위에서 향후 금리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 힌트를 얻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코로나 3차 확산 충격 및 취약계층 피해를 거듭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연내 기준금리 동결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이 연초부터 굳어지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남긴 상처가 그 만큼 깊어서다. 한은의 유래 없는 초저금리 정책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 조치였다. 하지만 한은이 예상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결국 -1.1%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건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1998년(-5.5%)이 마지막이었다. 한은은 지난해 국내 민간소비 성장률도 -4.3%에 그치며 전체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실물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건 저금리에 힘입어 풀린 돈이 적재적소에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의 제로금리 카드는 분명 당초 의도대로 시장에 대량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낳았다. 실제로 국내 통화량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원계열·평잔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3183조5009억원으로 지난해 말(2912조4341억원)보다 9.3%(271조668억원)나 증가했다. M2는 현금과 더불어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 금융상품들을 포함한 것으로,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국내 광의 통화량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그러나 정작 돈길은 꽉 막힌 형국이다.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는 지난해 3분기 말 14.44배로 역대 최저 기록을 다시 썼다. 통화승수는 은행들의 신용 창출을 통해 얼마만큼의 통화를 공급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돈의 활동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불어난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만 과열시키고 있다. 기준금리가 급락한 이후 빠르게 확대된 시중 통화량이 민간 소비나 기업의 유동성을 개선시키기 보다는 부동산과 증시로 쏠리는 흐름이 계속되면서다. 결국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기대했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증시의 상황은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 거품 논란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지난해 3월 당시 1400대까지 고꾸라졌지만, 연말에는 3000선에 육박하는 활황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리고 올해 장이 열리자마자 사상 첫 3000고지에 올라서며 상승세가 더 이어지는 모양새다.


증시에서 이처럼 역대급 상승장이 펼쳐지고 있는 배경에는 개인의 공격적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27조3933억원에서 65조6234억원으로 139.6%(38조2301억원) 급증했다. 또 개인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47조4902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6조3156억원 등 총 63조8058억원 어치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늘어난 예탁금과 개인 순매수액을 합치면 지난해 증시로 유입된 개인 자금만 100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염려스러운 대목은 이런 개인 자금이 대출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한다는 이른바 빚투의 그림자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9000억원으로 1년 새 100조5000억원 급증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액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달 초 범금융권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후유증으로 남겨진 부채 문제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 해결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특히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태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금융시스템의 취약부문을 다시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저금리에 힘입은 유동성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대로라면 올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0%대 저금리가 자산 버블만 더 키우며 우리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여건만 보면 금리를 더 내려야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며 "시장의 유동성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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